1. 상처를 직면하는 용기
상처를 직면한다는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주저하게 된다.
나 역시 오래도록 그 상처를 돌아보는 일을 미뤄왔다.
상처를 마주하면 감정이 다시 흔들릴 것 같았고,
그 흔들림 속에서 내가 또 무너질까 두려웠다.
그래서 보지 않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피하려고 할수록 상처는 더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덮어둔다고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외면할수록 마음속 어디선가
그 상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며
계속 존재하고 있었다.
상처를 직면하게 된 날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문득,
“이제는 마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 순간이 언제 찾아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이 스스로 준비될 때가 있다.
그날의 나는 도망치지 않고
상처를 바라볼 만큼
조금은 단단해져 있었다.
상처를 마주한다는 것은
그 상처를 만든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그때의 나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불안했고, 흔들렸고, 준비되지 않았던 마음을
비난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그것이 상처를 직면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용기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감정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를 과하게 분석하지 않아도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상처는 더 이상
나를 흔드는 중심이 되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용기는 거창한 결심이나 행동에서
나오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순간,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려 했던
아주 작은 선택에서 비롯되었다.
그 선택이 쌓이고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새로운 나로 이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