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 서면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상처가 깊어서가 아니라,
그 상처가 내 안에서
아직 완전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싶은 마음과
그러다 또 무너질까 두려운 마음이
늘 동시에 찾아온다.
한때는 사랑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믿었다.
사람을 좋아하면 마음이 따라가고,
따라간 마음이 관계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이 얼마나 쉽게 뒤틀리고,
얼마나 깊이 흔들릴 수 있는지를
몸으로 겪어버렸다.
그 경험은
내 마음 한쪽에 오래 앉아
조용한 경계처럼 자리하고 있다.
가끔은 누군가의 따뜻함이 고마우면서도
그 따뜻함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
두려웠다.
온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온 감정들은
달콤하면서도 아팠다.
받아들이고 싶다가도,
또다시 상처가 반복될까
마음을 움켜쥐게 되었다.
그렇게 조심스러워진 마음은
한 걸음도 쉽게 내딛지 못했다.
그래도 한편에서는
누군가와 나누는 온기가
그립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마음,
함께 웃고 싶은 순간들,
조용히 걷고 싶은 저녁길 같은 것들.
하지만 그 바람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내가 나답게 머물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소망’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다시 사랑한다는 건
이전의 감정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상처를 없애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도 아니다.
그저 상처를 품은 채로도
다시 마음을 열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믿음은 아직 작고 흔들리지만,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언젠가
조심스럽게 다시 마음을 내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람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더는
두려움에만 머물지 않는 날이
조용히 찾아올 것 같아서.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 테고,
조금 더 나를 믿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지금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사랑을 포기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만 이번에는
상대에게 기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답게 살면서
머물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는 것.
그 마음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