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나를 바라보다

4.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연습

by 정고은


나에게 가장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연습이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을 때마다

나는 나를 먼저 탓하곤 했다.

왜 그 상황에서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지,

왜 더 강하게 버티지 못했는지,

왜 그 순간을 피하지 못했는지.


그 질문들은 시간이 흘러도

내 마음을 계속 붙잡아두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내 안쪽에서는 늘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불안이 남아 있었다.


문자가 울리면 심장이 먼저 뛰었고,

낯선 발걸음 소리에도

잠시 몸이 굳곤 했다.


사람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했지만,

그 시간 속에서 버티는 일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내가 나에게

얼마나 엄격했는지 깨달았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단 한 번도

“수고했다”라고 말해준 적이 없었다.


KakaoTalk_20251215_092234925_07.jpg 사진 | 오동일(with permisson)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연습은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저 나를 탓하는 일을

멈추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는 사실을

억지로라도 인정해 보는 일.


그리고 잘 버틴 하루를

작게라도 칭찬해 보는 일.


그 작은 시도가

나를 조금씩

가벼운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친절은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게 먼저 돌아와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상처를 겪고 난 뒤에도

다시 사람을 믿고,

다시 하루를 살아내고,

다시 사랑을 고민하는 내가

얼마나 용감한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예전보다 나는

나에게 더 오래 머물고,

내 감정을

조금 더 부드럽게 다룬다.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기보다

내가 느낀 무게를

먼저 살펴보고,


불안이 찾아오면

그 불안을 숨기기보다

나에게 잠시 기대어

지나가게 둔다.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일은

크고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그저 나를 향한 시선을

조금 부드럽게 돌리는 일.


그런 조용한 연습들이 쌓여

어느 순간,

나는 예전보다

단단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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