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나를 바라보다

5. 무너진 자리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

by 정고은


무너졌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흔들렸던 시기를

지나고 나서였다.


내 마음은 산산이 부서진 것처럼 느껴졌고,

밖에 나가는 일조차 두려워

체온처럼 익숙했던 일상마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나는 그날을 또 살아내야 했다.


아이들의 아침을 챙기고,

할 일들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계속 이어갔다.


내가 흔들리든, 무너지든

세상은 멈추지 않았고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앞으로 흘러갔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힘겹게라도

한 걸음씩 따라가고 있었다.


어떤 날은

울컥하는 마음을 삼킨 채

평범한 일상을 흉내 내야 했다.


누군가가 내 불안을

이해해주지 못해도,

그것을 설명할 힘조차

나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들을 통과하면서

나는 천천히 깨달았다.



KakaoTalk_20251230_184554690_01.jpg 사진 | 오동일(with permisson)


무너진 자리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큰 용기라는 걸.


삶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를

버리지도 않았다.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할

힘이 없어도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떴고,

작은 할 일들을

하나씩 마주했다.


그 반복 속에서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얼마나 끈질기게

버텼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무너진 자리는

때로는 다시 서기 위해

필요한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보다

지켜낸 것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려워도 일상을 이어갔고,

아팠지만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고,

힘들어도 나를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았다.


그 사실이

조용하게

나를 지탱해 주었다.


지금의 나는

무너졌던 그 자리 덕분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관계를 선택해야 하는지

조금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상처는 남아 있지만,

그 상처가

나를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삶은

무너짐 위에서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다시 나를 세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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