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무너진 자리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
무너졌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흔들렸던 시기를
지나고 나서였다.
내 마음은 산산이 부서진 것처럼 느껴졌고,
밖에 나가는 일조차 두려워
체온처럼 익숙했던 일상마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나는 그날을 또 살아내야 했다.
아이들의 아침을 챙기고,
할 일들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계속 이어갔다.
내가 흔들리든, 무너지든
세상은 멈추지 않았고
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앞으로 흘러갔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힘겹게라도
한 걸음씩 따라가고 있었다.
어떤 날은
울컥하는 마음을 삼킨 채
평범한 일상을 흉내 내야 했다.
누군가가 내 불안을
이해해주지 못해도,
그것을 설명할 힘조차
나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들을 통과하면서
나는 천천히 깨달았다.
무너진 자리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큰 용기라는 걸.
삶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를
버리지도 않았다.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할
힘이 없어도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떴고,
작은 할 일들을
하나씩 마주했다.
그 반복 속에서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얼마나 끈질기게
버텼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무너진 자리는
때로는 다시 서기 위해
필요한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보다
지켜낸 것들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려워도 일상을 이어갔고,
아팠지만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고,
힘들어도 나를
완전히 놓아버리지 않았다.
그 사실이
조용하게
나를 지탱해 주었다.
지금의 나는
무너졌던 그 자리 덕분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관계를 선택해야 하는지
조금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상처는 남아 있지만,
그 상처가
나를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삶은
무너짐 위에서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다시 나를 세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