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나를 바라보다

2. 관계에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기까지

by 정고은


관계 속에서 나를 잃는 일은

대부분 천천히, 아주 조용하게 일어난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이해하려 하고,

그 사람이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질수록

나는 조금씩 내 감정을 뒤로 미루기 시작했다.


그 과정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느끼지 못했기에

그 일은 더 오래, 더 깊게 반복되었다.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게 되었다.


상대의 반응을 먼저 살피고,

그에 따라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 익숙해지면서

정작 내 마음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는

잠시 잊어버렸던 것이다.


그때의 나는

상대에게 맞추는 일이

곧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맞추는 일은 관계를 유지하게 해 주지만,

그 과정이 계속될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지고 있었다.


감정의 중심을 상대에게 넘겨둔 채,

내 마음을 스스로 돌보는 일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무게는 단번에 깨닫기 어려웠지만,

내 안에서는 조금씩

균열을 만들고 있었다.


KakaoTalk_20251230_184554690_02.jpg 사진 | 오동일(with permisson)


나를 다시 찾는 과정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가 아니라,

내가 놓쳤던 감정들을

하나씩 되짚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쁨보다 걱정을 먼저 떠올렸던 이유,

사소한 말에도 쉽게 흔들렸던 이유,

조용한 불안이 계속되었던 이유를

천천히 이해해 가는 과정이었다.


관계에서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해

내가 처음 한 일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하루를 스스로 결정하는 일,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는 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용히 거리를 두는 일.


그 작은 선택들이 쌓이면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조금씩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를 되찾는다는 말은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상처와 흔들림을 지나온 지금의 마음을

내가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 과정을 지나며,

나는 관계 속에서도

나를 놓치지 않는 법,

마음을 지키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이전 10화# 3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나를 바라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