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나를 바라보다

1. 상처를 직면하는 용기

by 정고은


상처를 직면한다는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주저하게 된다.


나 역시 오래도록 그 상처를 돌아보는 일을 미뤄왔다.

상처를 마주하면 감정이 다시 흔들릴 것 같았고,

그 흔들림 속에서 내가 또 무너질까 두려웠다.

그래서 보지 않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피하려고 할수록 상처는 더 또렷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덮어둔다고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외면할수록 마음속 어디선가

그 상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며

계속 존재하고 있었다.


상처를 직면하게 된 날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저 문득,

“이제는 마주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 순간이 언제 찾아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이 스스로 준비될 때가 있다.

그날의 나는 도망치지 않고

상처를 바라볼 만큼

조금은 단단해져 있었다.


KakaoTalk_20251230_184554690_08.jpg 사진 | 오동일( with permisson)


상처를 마주한다는 것은

그 상처를 만든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그때의 나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불안했고, 흔들렸고, 준비되지 않았던 마음을

비난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그것이 상처를 직면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용기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감정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를 과하게 분석하지 않아도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상처는 더 이상

나를 흔드는 중심이 되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용기는 거창한 결심이나 행동에서

나오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순간,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려 했던

아주 작은 선택에서 비롯되었다.


그 선택이 쌓이고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새로운 나로 이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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