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나를 바라보다

7.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찾아왔을 때

by 정고은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말이 나를 바꾼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주 작은 순간,

내 안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감정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감정이 낯설었다.

무너졌던 시간을 지나며

앞으로의 삶을 기대하는 마음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모두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하루 안에

조금 다른 온도가 스며들고 있었다.


작게 웃는 일이 생기고,

조용히 쉬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내일을 상상하는 일이

예전처럼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이 완전히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 고통을 감당하는 힘이

조금 자라났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두려움이

나를 완전히 삼키지는 않았다.


상처가 남아 있어도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새로운 계획이나

큰 목표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조용한 바람이 생긴 것이었다.


“이제는 조금 편해지고 싶다.”

“내 삶을 내가 선택해보고 싶다.”

“조금은 행복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소박한 마음들이

작은 숨처럼

내 안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그 마음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다.

그 감정을 붙잡았다가

또다시 무너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바람을 억누르지 않았다.

지나가게 두지도 않았고,

스스로를 다그치지도 않았다.


그저 그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천천히 바라보았다.


KakaoTalk_20251215_100845016.jpg 사진| 오동일(with permisson)


알고 보니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 마음은

긴 시간 동안

혼자 견디고 버텨낸

나에게서

조용히 피어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다시 한번

내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을

아주 오랜만에 느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큰 소리 대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느리고 단단한 울림이 되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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