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찾아왔을 때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말이 나를 바꾼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주 작은 순간,
내 안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감정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감정이 낯설었다.
무너졌던 시간을 지나며
앞으로의 삶을 기대하는 마음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버티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모두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하루 안에
조금 다른 온도가 스며들고 있었다.
작게 웃는 일이 생기고,
조용히 쉬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내일을 상상하는 일이
예전처럼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이 완전히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 고통을 감당하는 힘이
조금 자라났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두려움이
나를 완전히 삼키지는 않았다.
상처가 남아 있어도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새로운 계획이나
큰 목표를 의미하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조용한 바람이 생긴 것이었다.
“이제는 조금 편해지고 싶다.”
“내 삶을 내가 선택해보고 싶다.”
“조금은 행복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소박한 마음들이
작은 숨처럼
내 안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그 마음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다.
그 감정을 붙잡았다가
또다시 무너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바람을 억누르지 않았다.
지나가게 두지도 않았고,
스스로를 다그치지도 않았다.
그저 그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천천히 바라보았다.
알고 보니
다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 마음은
긴 시간 동안
혼자 견디고 버텨낸
나에게서
조용히 피어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다시 한번
내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을
아주 오랜만에 느꼈다.
그리고 그 확신은
큰 소리 대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느리고 단단한 울림이 되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