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나를 바라보다

8.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삶이 내 앞에 놓였을 때

by 정고은


삶이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자리까지 돌아오리라고는

한동안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던 시기를 지나며

나는 그저 버티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때의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일에

더 많은 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삶은 내가 완전히 놓아버린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아주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내가 잠시 멈춰 있을 때에도

작은 변화들은 쌓이고 있었다.

그 변화는 나를 재촉하지도, 흔들지도 않았지만

어느 날 문득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삶이

내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큼은 자라 있었다.


그 순간은 특별하지 않았다.

큰 깨달음이 찾아온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가 나를 끌어올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마음 한가운데에서

‘이제는 내가 나를 위해 선택해도 괜찮겠다’는

작은 확신이 고요하게 떠올랐을 뿐이다.

그 확신은 소리 없이 왔지만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 만큼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누군가를 위해 선택하고,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해

내 마음을 접어두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내가 먼저 단단해야

어떤 선택도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삶이 다가오자

나는 처음으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질 수 있게 되었다.

그 질문은 과거에는

너무 사치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필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두려움이 나를 막지는 못했다.

나는 한 번 무너졌고,

그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내 앞에 놓인 삶은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선택들은 어려울 테고,

때때로 다시 흔들릴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가능성 속에서

이제는 내가 나를 먼저 선택할 수 있다.

상처를 가진 채 살아도 괜찮고,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는 걸 안다.

그 사실만으로도

내 삶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KakaoTalk_20251215_092234925_09.jpg 사진(오동일| with permisson)


나는 이제

누구의 기대가 아니라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삶의 방향을 고를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조용한 힘이

앞으로의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이제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문 앞에 서 있고,

그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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