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알하제 Jul 21. 2023

어른12 애6

요란한 저녁 다음 찾아온 마음이 요란함 밤.

최근에 결혼한 친구의 집들이에 다녀왔다. 다들 막 신혼이거나 연애중 혹은 싱글일때 만났던 친구들인데 이제는 다들 결혼하고 애가 하나 혹은 둘씩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5커플과 나 또다릉 미혼인 여자인 친구 이렇게 성인 12의 각각 그들의 애기들을 주렁주렁 달고 만났다. 


어렸을때 진짜 이해가 안되었던게 고작 4살 5살 짜리 내 동생을 보고 어른들이 어휴 다컸네 어른 다됐네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커가는 친구들의 아가들을 보니 그 말이 절로 이해가 됐다. 태어난지 100일도 안되어 목도 가누지 못하던 아이가 말도 곧잘 하고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고 공룡소리를 내는 어린이가 되어있었다. '어른이 다 되었네, 공룡소리도 내고'


어른 10명과 아이 다섯은 원주에 살고 있고 결혼한 친구들과 아이들은 공동육아를 하며 같이 지내고 있는데 한 커플이 원주에서 서울로 가서 오랜만에 와서 모였다. 서울에 살며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를 키우는 친구는 여자아이가 산후 우울증이 올 것 같다며 거의 매 주말 원주를 오고 있다. 


원래도 등산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적인 친구였는데, 집에서 혼자 애만 키우면 힘들겠지 싶다. 


연애시절 부터 봐오던 친구들이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그렇듯 양가 감정이 몰려온다. 아이는 이쁘다. 나는 12살 나는 띠동갑 동생도 있었지만 아이를 좋아한다. 보들보들한 애기 살같과 뻐덕하면서 먼지같은 머리카락도 너무 하찮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한편 아이를 낳고 밤잠도 제대로 못자는 친구들을 보고있으면 저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든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가고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가듯이.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결혼과 임신 출산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30대가 되기 전에는. 하지만 35살이 된 지금 그 모든걸 담담히 해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든다. 


나는 내 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지금의 싱글라이프로 누리고 있는 나의 이 온전한 시간들을 희생하고 내어줄 수 있을까. 


18명의 어른과 아이가 뒤섞이면 대략 네다섯개의 대화 주제가 오가고, 아이는 오렌지 주스를 쏟고, 아이들 끼리 싸우고 화해하고, 누구는 울고, 잔다고보채고, 잠들고 깨고. 난리도 아니다. 요란하지만 즐겁고 행복하다.그런 밤이 지나고 집에와 고요한 내 방에 혼자 앉아 스스로를 돌아보면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이 함께 몰려온다. 


오늘은 그런 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