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친구, 자전거(꿀도너츠)

당충전에는 꿀도너츠

by Gourmet

꽃송이의 꿀이 더 달까? 아니면 꿀도너츠가 더 달까?


놀랍게도 나는 성인이 되고도 4년이 지나서야 자전거를 배웠다. 운전면허와 자전거면허(?)를 거의 동시에 취득한 셈이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시도를 전혀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네발자전거로 청계천을 일주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자전거를 안 타니 무언가에 탄다는 감각이 무서워졌다. 고등학교 때 두발 자전거를 타려 시도해보았으나 워낙에 겁이 많은 탓에 알려주는 동생의 혈압만 올리고 아무런 소득은 얻지 못했다. 그러다 자전거 클럽에 오라는 Q의 제안으로 다시 한 번 두발 자전거 타기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후하후하, 심호흡을 한 다음 짧은 다리를 안장에 걸치고 발을 뗀 순간 균형이 잡히며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다. 뭐지...? 어제 동기들과 한 마리오 카트라이드에서 1등을 해서 자신감이 붙은 건지 아니면 시간이 쬐끔 흘렀다고 겁이 조금은 달아난 건지. 생각치도 못하게 자전거를 타게 되니 얼떨떨했다. 우와아~ 애들아, 나 이제 자전거 탈 수 있어! 대박.

자전거 클럽의 멤버는 때에 따라 바뀌는데 오늘의 특별 멤버는 '따거(塔格) 삼촌'과 그 아들이었다. 아드님도 나처럼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지 얼마 안 됐다고 하는데 장난아니게 빨랐다. 새파랗게 어린 동생한테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헥헥대며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찌저찌 종점에 도착하니 먹고 힘내서 돌아가라며 간식 주머니를 꺼내셨다. 주머니 안에는 동글동글하고 꿀이 잔뜩 발린 도너츠가 들어있었다. 옷에 꿀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한 입 배어물었는데 운동후에는 당이 흡수가 평소보다 빨리 되는건지 각성하는 것처럼 눈이 번쩍 띄였다. 나는 쌍엄지를 내밀며 할 줄 아는 거의 유일한 중국어인 '豪兹!(*하오츠: 맛있다.)'를 연발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성취감이 꿀도너츠의 형태로 탄생한 것 같은 달콤함이었다.

HP를 풀충전 하고 돌아가며 맞는 바람도 달달했다. 처음에는 기분탓인지 알았는데 따거 삼촌이 멈춰있는 걸 보고 달달한 향기의 정체를 알게 됐다. 바로 아카시아 꽃이었다. 자전거 길 주위에는 키 작은 아카시아 나무가 촘촘히 심어져 있었다. 따거 삼촌은 꿀이 있다며 멈춰서 구경하고 가라고 했다. 꿀꽃이라, 초등학교 때 노을이 질 때까지 학교 놀이터에서 놀다가 선생님 몰래 화단에 심긴 샐비어 사루비아를 종종 따먹었던 기억이 났다. 농약을 쳤을지, 무슨 먼지가 묻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달달한 맛이 나니 멋도 모르고 빯간 꽃을 간식처럼 따먹었다.

오늘은 정말 달달한 하루였다. 자전거 탈 용기를 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기억을 묻는다면 이날을 꼽을거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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