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처음 본 순간
우유 듬뿍 담은 하얀 빛을 발하는
청초한 외모에 설레였다
순수하고 깨끗한 너에게
다가서기 망설였지만
백의의 천사 같은 마음으로
내 발을 안아 줄 때 엄마 품처럼
따스했다
너는 점점 초심을 잃어가며
거무튀튀한 속마음을 보였고
나의 작은 충고에 상처받은 듯
구멍 난 가슴을 보였다
오해의 실타래를 풀어
한땀한땀 사랑으로 메꾸어주며
새끼 손가락을 걸듯
인연의 끈을 매듭지어
변치않을 것을 약속했다
혼잡한 세상에서 돌아온 후에는
더러움을 씻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니
그것이 그토록 고통이었더냐
너의 영혼인 한쪽은 세탁기 입으로 들어간 후
꼬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예고없이 사라졌다
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영혼없이 남겨진 다른 한쪽은
유리창이나 닦는 빈 껍데기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