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았던 이별에서 벗어나며
헤어짐을 통보받은 지 11일 차
원래 헤어지기 전 마음을 정리하는 기간 동안 힘들어하고 오히려 이별을 빠르게 털어버리는 나였지만 이번 이별은 통보를 받기도 했고, 내가 이해할 수 없던 상대방의 행동, 비참한 순간들이 겹쳐서 비교적 이별 후 후유증이 길게 갔다.
그래도 이제는 괜찮아져서 이별을 정리하는 글을 쓸 수 있다.
월요일에 이별을 통보받았다. 갑작스러운 이별,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의 행동, 그가 일부러 나를 방치해 둔 순간까지 나는 비참해서 견딜 수가 없어 그를 붙잡았다. 그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나를 버거워하는 그의 표정과 함께 '네가 이렇게 잡기만 하고 다른 아무 말도 안 하면 나는 가봐야 할 것 같아'라는 마지막 순간에도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 그의 태도에 무너져 내렸다.
집에 와서 잠을 잤다, 새벽에 계속 깼지만 다시 자려 노력했다. 눈물은 나지 않았고 친구들에게 이별 소식을 전했다.
화요일에는 다행히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가 있어 술을 마시면서 재밌는 이야기와 함께 내 헤어진 이야기와 함께, 큰 생각을 하지 않고 취해서 저녁을 보냈다.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모두 원래 9시까지 일을 하자고 마음먹는 나지만 일한다고 앉아있는 시간에는 비참한 이별, 그에 대한 미움이 자꾸 비집고 들어와서 항상 추웠다. 몸이 추운지 마음이 추운 지도 구분할 수 없었고 오후 5시가 되면 퇴근해서 집 침대 위 전기장판에서 차가워진 마음을 녹였다.
집에서는 책을 읽었고, 브런치 글을 썼고, 그에 대한 원망, 그를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또 다른 글을 썼다. 그리고 최대한 잠을 많이 잤다.
원래 그를 계기로 시작한 프리다이빙 체험 수업 결제 여부를 수요일까지 결정했어야 했는데, 정신을 놓고 있다가 목요일에 리마인드 카톡이 왔고, 프리다이빙에서 그를 빼도 내가 하고 싶은 취미였기에 등록해 버렸다.
토요일에는 프리다이빙 체험 수업을 다녀오고 뭔가 나에게 변화를 주고 싶어 렌즈를 샀다.
일요일에는 친구를 만나 그를 원망하는 수다를 떨었다. 그 날 밤에 이별 노래를 들으니 이전까지 나지 않던 눈물이 났다.
영원히 괜찮아질 것 같지 않아서 이별 n 일차... 하는 브런치 글을 서랍에 적어뒀었다. 안 괜찮아져서 마지막에는 북까지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일주일 반이 지난 지금은 그 글을 쓰는 걸 까먹어서 이제 정리하고 싶다.
그는 회피형이었다. 갈등이 생기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담아두고 그걸 헤어질 때 다 이야기했다. 나는 그에 대한 애정으로 그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그가 나에게 상처 줄 때마다 참았는데 그는 나를 고의적으로 상처 줬다. 당장 본인의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나의 요구를 받아주고, 그 요구가 너무 과했다며 헤어질 때는 일부러 본인 집에 있는 나를 내버려 뒀다고 했다.
이별 관련 쇼츠를 보며 공감되던 글이다.
"그 사람은 내가 상처받을 걸 알았다. 그 사람은 그걸 알고도 그 말이나 행동을 하기로 선택한 거였다. 사람은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 안될지를 안다. 나라고 그 사람에게 그런 말 못 해? 그런 행동 못해? 아니할 수 있어. 근데 당연히 하지 않았다 왜? 그 사람을 아끼니까 그 사람을 사랑하니까 그래서 상처 주고 싶지 않으니까 근데 오빠는 내가 상처받을 걸 알고도 그 말을 한 거였다. 그 행동을 한 거였다. 오빠는 그 행동과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나한테 상처를 주기로 선택했다. "
나는 그에게 부담이 될까 봐 내가 그를 버겁게 느끼는 부분을 말하지도 못했는데, 그는 그의 그 행동이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나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 그는 그걸 몰랐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얼마나 상처받을지 알면서도 내 상처는 상관없다는 듯이 그런 행동을 했다. 나를 아끼지 않았다.
주말까지는 그를 붙잡고 싶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그에게 미련이 있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이유가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애가 끝나면 그 연애가 어떤 연애였든 좋아하고 사랑했다면 미련은 정도에 차이만 있지 미련은 남는 거다. 그러니까 그게 기본값인 것이지. 그게 그 사람과 함께해야 할 그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이유는 아닌 것이다.
그가 나를 사랑했을까? 그 여부와 상관없이 그는 나와 맞지 않는 점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 점을 헤어짐의 이유로 삼는 미성숙한 사람이었다.
그와 헤어지고 글을 열심히 써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새롭게 렌즈를 끼기도 도전했고 입지 않던 느낌의 옷을 입는다.
어떻게 다시 혼자 지내지? 그와 단절된 채로 앞으로 평생을 보낼 텐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지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혼자 지내는 감각은 금세 돌아왔다.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우는 나의 삶
그를 다시 만나서 그에게 내가 보여준 마지막 붙잡던 찌질한 모습을 바로 잡고 싶었는데,
어제 친한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나서
그런 일을 할 만큼 그가 가치 있었을까? 마지막에 나에게 예의가 있었나?라는 생각에
그걸 바로 잡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정리가 되었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다시 한 번 그를 만나서 내가 잘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긴 하지만,
그와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그의 미성숙함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상처줬는지, 상처 줄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를 성숙하게 바꿔줄 이유도 없다고 느낀다.
나에게 언젠가 미안함을 느낄 만큼 성숙해질까
그를 내가 많이 좋아했던 건 사실이고, 그의 선택도 이제 존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했던 시간들은 고마운 순간도 많았고, 고통의 순간도 많았다.
그를 다시 봤을 때 마지막 남은 악의조차 없이 그에게 인사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