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

유사과학으로 취급될지도 모르는 나의 소화불량 일기

by 팜팜


나는 한 달에 4번 정도는 체한다. 체한다의 정의란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아니하고 배 속에 답답하게 처져 있다’는 뜻의 동사라고 한다.

특히 추운 겨울에는 이 증상이 심해지는데 내가 체했다고 느끼면 배에서는 꾸륵꾸륵하는 소리와 함께 복부 팽만감, 두통, 복부 통증, 손발 차가워짐을 동반한다.


소화불량과 공존하기 24년 차, 체할 때의 상황을 돌아보면 보통, 스트레스받거나 긴장하는 상황, 차가운 음료 마시기, 갑작스러운 추운 환경에 노출, 햄버거 김밥과 같이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 섭취, 술 마신 다음날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과학고 재학시절 내 독서실에는 항상 위생천이 들어있었다. 외할머니댁에서 제사를 지내는 날에도 맛있다고 음식을 좀 많이 집어먹으면 어김없이 체해서 할머니가 손을 따주셨다. 몸이 냉해서 생리통이 심하고, 수족냉증이 심하고 혈액순환이 안되고 소화가 안 되는 증상으로 먹은 한약이 몇 재인지 셀 수도 없다.


공대생이 이런 말하기 좀 뭐 하지만 나는 소음인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이 모든 증상이 일어난다고 짐작하고 있다. 혈압을 재도 최고 혈압 90에 최저혈압 60 정도로 저혈압에도 시달리고 생리 중에는 빈혈로 시달린다.


이런 만성 허약체질은 무지막지한 운동량을 밀어붙여서 몸을 달구면 좀 괜찮다. 스스로 몸이 열을 내지 못하니 운동으로 아침에 열을 내고, 저녁에 열을 내면 몸에서 며칠 간은 열이 유지된다. 그래서 내가 운동에 더 집착하기도 한다.


나는 그래서 겨울에는 찬 음료를 마시지도 않고, 따뜻한 물만 마시고, 배 찜질도 하고 자고, 집에서는 전기장판 위에 있고, 자기 전에 스트레칭도 하고, 아침에 매일수영도 한다. 유난이다 싶을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과 에너지 레벨을 맞추기 위한 나의 처절한 노력이다.


이번 외할머니와 함께한 가족여행에서, 요즘 스트레스가 좀 있기도 했었고, 앞에서 내 걸 다 뺏어먹을 듯이 구는 동생에게 승부욕을 느꼈는지 과식을 했다. 배가 터질 것 같이 해산물, 라면, 밥, 과자까지 다 먹고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태로 힘겹게 잠을 잤는데 집에 돌아오는 날 바로 응급실에 갔다. 증상은 위경련


원래 나는 체했다고 생각이 들면 한의원에 먼저 가는 편인데, 이 날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배가 좀 굳은 느낌과 머리가 아픈 느낌에 한의원에 가서 원래와 같이 배에 침을 맞고 집에 와서 누웠다. 집에 돌아오니 한의원에서 맞은 침이 효과가 직방이었는지 배에서 미친 듯한 수축감이 몰려왔다. 2시간가량을 침대에서 버티다가 결국 택시 타고 응급실로 향했다. 수액을 맞고 집에 와서 출근을 못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그다음 날은 하루 종일 쉬었다.


그 저녁에 좀 괜찮아졌다고 또 오만하게 굴어서 일반식으로 식사를 했더니 다시 원점, 이번에는 수축감은 없었지만 먹은 대로 다 토하고 온몸에 힘이 없는 탈수증상이 왔다. 결국 집 근처 내과에서 또 수액을 맞고 그다음 날도 출근을 못했다.


드디어 오늘 저녁에 혹시 내가 테니스를 칠 수 있지도 않을까 생각하며 옷을 생겨 야심 차게 출근을 했지만 급격하게 오후에 상태가 안 좋아져 조퇴…

민주는 운동하는 거 보면 철인인 줄 알았어라는 말을 들었다. 나도 내가 운동하는 걸 보면 철인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한 번 크게 무너지면 다시 보통 사람의 체력으로 어떻게 쌓아 올리지라는 고민을 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지만 사실 무너져도 다시 쌓아가면 되는 거니까 그 과정을 즐겨보자.


내일도 저녁에 프리다이빙이 있어서 얼른 괜찮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몸을 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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