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고, 연구하고, 테니스칩니다.

운동(운동만?)하는 KAIST 대학원생 일기

by 팜팜

너만큼 운동하는 사람 소개시켜주기 힘들어...

내 소개팅 상대를 고민하던 연구실 오빠가 꺼낸 말이다.

나는 내가 운동을 그렇게까지 많이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연구실에 들어오고, 내 일과를 가장 가까이서 살펴보는 선배의 말에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솔직한 운동 빈도는 주 6회다.

더 솔직히 하루에 두 번 운동한 날을 두 번으 인정한다면, 이번 겨울에는 주 7회는 한 것 같다.



수영

수영은 집근처 복지센터에서하는 강습을 다닌다. 시간은 월화목금 7:10-8:00 이고, 금요일은 핀데이다. 교정반이라 운동량을 900-1200m정도 된다.가족과 여행을 가는 휴가 기간이나 몸이 많이 아플 때를 제외하면, 수영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총 8개월 정도 강습을 받으면서 휴가를 제외하고 몸이 아파서 빠진 적은 생리 때 2번? 이별 휴유증으로 마음이 아파서 1번? 기억 못하는 것까지 합하면 5번 정도는 되지 않을까?


테니스

테니스는 여름과 겨울에 운동 빈도가 크게 다르다.
여름에는 주 3회 정도 쳤고, 겨울인 지금은 주 1회 정도 친다.

주기적으로 치는 일정은 목요일 대학원생 테니스 동아리 정모와 주 1~2회, 30분씩 받는 레슨이다. 이 외에도 친한 사람들과 미리 약속을 잡아 1~2번 정도 치고, 주말에는 동호인 대회에 나가거나 아빠 동호회의 월례회나 단체전에 호출되기도 한다.

웨이트

웨이트는 수영을 가지 않는 날 수/토/일에 몸을 움직이고 싶을 때 간다. 다행히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시설이 괜찮은 헬스장이 존재해서 한달 단위로 결제해서 웨이트를 한다. 웨이트는 기록이나 성취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오래 하기 위한 보강과 부상 방지가 목적이다.

수영이나 테니스 같은 운동은 조금만 욕심을 내도 몸이 빠르게 소진되는 느낌이 든다. 그 소진을 늦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체력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웨이트는 가장 접근성이 좋다. 수영장이 닫혔거나 테니스를 함께 칠 사람이 없는 날에도, 운동을 하고 싶다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스트레칭

스트레칭은 사실 내 기준에 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 아침, 저녁에 자는 중에 굳은 몸을, 하루 종일 앉아있던 몸을 깨우고, 숙면을 취하는데 적절한 상태로 바꿔주는 생활 양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침 수영을 다니면서 아침 스트레칭은 수영에 가지 않는 날만 하게 되었지만 저녁 스트레칭은 가볍게라도 꼭 한다.





그래서 종종 듣는 질문, 스스로도 궁금한 질문은 이거다.


“도대체 언제 이걸 다 해?”


그 질문에 답해보기 위해, 일주일 일과를 한 번 정리해봤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아침 수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영이 있는 날에는 오전 6시 32분에 알람이 울린다. 다만 너무 피곤한 날에는 워밍업을 줄이겠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6시 40분까지 더 자기도 한다.

수영을 마치고 연구실에 도착하면 오전 8시 55분쯤. 계란이나 죽처럼 간단한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바로 연구를 시작한다.

화요일에는 점심이나 저녁에 테니스 레슨이 있으면 30분 정도 받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온다. 1월 중순부터는 9to9로 일하기로 마음먹어서, 중간에 운동이 있더라도 다시 연구실로 복귀하는 편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지금은 이별 후유증 기간이라, 5시에 조기 퇴근해 침대에 누워 있기 실천 1주 차다.

9시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다음날 수영을 가야하므로 후다닥 집 정리를 하고 씻고 잘 준비를 하면 10시 반/11시 정도가 된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유튜브를 보고 침대에 누워서는 책을 읽는다, 책이 너무 재밌어서 늦게 잘 때도 있지만 다음날 피곤할 생각에 최대한 빨리 덮고 11시 반/12시 사이에 잠에 든다.

수요일에는 점심이나 저녁에 테니스 레슨이 있으면 받고, 레슨이 저녁이 아니었다면 8시 반 정도에 퇴근해서 10시까지 웨이트를 한다.

목요일 아침 수영을 하다 보면 ‘이번 웨이트는 근육통이 없네’라는 생각을 잠깐 한다.

하지만 출근한 뒤 오후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근육통을 느끼며, ‘역시 운동은 잘된 것 같다’고 뿌듯해 한다.

금요일이면 아침 수영 강습에서 핀을 차고 하는 핀데이라 신나게 수영장으로 가서 레인에서 1번으로 서서 핀을 찬다. 운동할 때 힘이 부족한 편이라 교정반에서 아직 3번? 정도의 위치인데 핀을 신으면 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보완되어서 좋다.

주말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운동한다. 웨이트를 하기도 하고, 일요일 오후에는 학교 테니스 모임에 나가거나 레슨을 받는다. 자유 수영을 가는 날도 있고, 그때그때 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운동을 선택한다.


이렇게 일주일 일과를 정리해보니, 운동만 하며 사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돌이켜보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이별 후유증 이전에는 평일 저녁 시간이 늘 부족해 넷플릭스를 볼 여유도 없었고, 본가인 대구에도 자주 내려가지 않았다. 내 시간 (전)남자친구와 보내거나, 운동을 하거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는 데 쓰였다. 가장 친한 친구들 역시 연구실 생활로 바빠 한 달에 한두 번 만나기도 쉽지 않았고, 사람을 만나는 시간은 전반적으로 적었다. 가끔 동기나 선배들과 술 약속이 잡혀도 한 달에 두 번 정도가 전부였다.


12월부터는 코스웍 시즌이 아니어서, 하루 종일 연구실에 앉아 연구에 집중하는 날이 많았다. 일정의 변수가 줄고 업무의 단순도가 높아진 시기라, 지금처럼 운동을 병행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오늘도 프리다이빙 체험 수업을 듣고 너무 재미있어서 Lv.2까지 수업을 결제하고 왔다. 세상에는 도전해보고 싶은 운동이 많고, 각각의 장점과 성질이 너무 달라 늘 고민하게 된다. 몸은 하나인 내가 원망스럽다.

학부 3학년 여름방학, 연구실 인턴을 하며 아침 수영과 주 4회 테니스 대회 준비를 병행했던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운동으로 사람이 소진될 수 있구나’라는 감각을 제대로 느꼈다.


당시에는 동아리 생활이 즐거워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테니스가 좋아서, 연구실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수영으로 풀고 싶어서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원생이 된 지금도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걸 보면, 그 설명이 완전히 정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운동들은 다 어디서 온 걸까'

내 운동의 역사는 대학 입학과 함께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때까지의 나는 왜소한 저체중의 소녀였다. 가끔 엄마가 아파트에서 주최하는 요가 수업에 데려가 주긴 했지만, 운동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까지 1년에 한 달 정도 요가나 필라테스를 다닌 기억이 있고, 과학고에 입학한 이후로는 그것조차 완전히 끊겼다.

운동을 하지 않은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늘 차가웠으며 잘 체하는 전형적인 허약 체질이었다.

대학에 입학하며 학부 동아리에서 테니스를 시작했고, 그 시기를 기점으로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테니스를 치는 시간이 즐거웠고, 테니스를 치러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들떴다. 그때는 지금처럼 일상에 운동이 없던 상황에 테니스라는 운동이 들어온 터라, 삶에 처음 생긴 새로운 세계 같았다.

특히 테니스를 함께 치며 아빠와의 관계가 좋아진 경험은 운동을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웨이트는 테니스를 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더 잘 치려면 근육이 필요하겠다는 생각, 근육량이 늘어야 몸이 더 건강해질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테니스를 못 치는 날에 대신할 수 있는 운동이었고, 테니스를 많이 치는 시기에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개인 운동이라는 점도 부담이 없었다.

테니스와 함께 학부 시절을 보내며, 처음에는 무조건 좋기만 했던 것들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대회를 준비하며 정체기를 겪었고, 동아리 내 갈등을 경험하면서 단체 운동에 대한 회의감도 생겼다.

그때 처음으로 ‘운동을 그만둘까’가 아니라 ‘다른 운동을 해볼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 어릴 적 잠깐 배웠던 수영이었다.

이 시점에서 운동을 안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운동을 해봐야지라고 생각한 것부터가 이미 인생에서 운동이 너무 큰 의미로 자리잡은 상태라는 걸 보여준다.

수영은 내가 원하던 개인 운동이었고, 언젠가는 평생 운동으로 삼고 싶다고 마음먹은 운동이었다. 학회에 가든, 바닷가에 놀러 가든,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지금은 엄마도 대구에서 수영을 시작했다. 테니스를 아빠와 공유했다면, 엄마와는 수영으로 이어지는 관계가 생긴 셈이다.

수영을 배우고 나서는 장소에 대한 감각이 달라졌다. 학회장에 가서도, 혼자 시간을 보낼 때도, 펜션이나 바닷가에 가서도 물만 있다면 언제든지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이 좋았다.



'내가 왜 이렇게 운동을 많이 할까'

스물네 살이 된 지금 돌아보면, 나는 예민하지만 그걸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성향에 맞춰주며 갈등을 최대한 피하려는 편이고, 흔히 말하는 HSP, 과민성 성향에 가깝다. 타인의 기분 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리고, 작은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 성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다 보면, 감정은 결국 안에 쌓인다. 예전에는 스트레칭이나 일기 쓰기, 책 읽기로 풀었지만 운동을 하면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해소감을 경험하게 되었다.

운동을 하다 숨이 차고 힘든 순간이 오면,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이 사라진다. 인간관계나 미래에 대한 고민 대신 ‘힘들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남는 상태가 좋다.

아침 수영을 시작하면서 삶에 루틴이 생긴 것도 좋았다. 수영을 다니기 전에는 퇴근 후 잡생각이 많고 유튜브를 오래 보곤 했는데, 지금은 ‘내일 수영 가야지’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11시면 잠에 든다.


물론 운동을 많이 하는 삶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운동량이 과해 연구실에서 꾸벅꾸벅 졸 때도 있고, 테니스 대회 시즌에는 아파도 운동을 하는 나를 보며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걸 아는가 보통은 건강을 위해 운동해야지라고 생각하지면 내 주변에 테니스를 치는 운동인들은 테니스를 치려면 건강해야지라고 보법이 다른 생각을 구사한다. 나도 이게 이상한 걸 최근에 알았다. 더 테니스를 잘치기 위한 건강한 몸으로 웨이트를 시작했으니까...


운동을 줄여 연구에 더 집중해야 하나 고민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운동을 줄인다고 해서 연구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인턴 생활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 강제로 12시간 이상 앉아있도록 계획을 짰더니 좀이 쑤셔서 종국에는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운동과 연구의 밸런스를 잘조절하면서 건강한 내가 되면 좋겠다. 과하지 않게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앞으로도 등산, 프리다이빙, 요가와 같은 더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나는 운동을 많이 사랑하나보다. 연구와 운동을 어떻게 잘 배치했는지 연구와 운동의 밸런스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종국에는 운동이 왜 좋은지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만 늘어놓는 나였다.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연구에 집중하면서, 연구도 운동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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