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서 1.5룸으로 이사하니 이별 극복?
주말을 혼자 보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같이 지낸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냈고, 과학고등학교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금요일에 학교에서 나와 월요일 아침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생활을 하긴 했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가득 찬 학원, 과외 스케줄을 소화한다고 주말에 틈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렇게 맞이 한 대학생활 1-2학년 때 무슨 욕심이었는지 과외를 해서 돈을 벌고 싶었고, 금요일 오후부터는 수업이 아예 없는 카이스트의 특성상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대구에 내려갈 수 있었어서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모두 대구에 내려갔었다.
그러다 고학년이 되고, 주말에도 공부를 해야 하기도 했고, 점점 가족 단위 일정이 아니라 내 생활이 생겨났고, 점점 대구를 덜 가기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있던 기간에는 주말에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과 놀기도 했다.
대학원생이 되고, 평일에는 출근을 하고, 주말에 집안일을 하고,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지금, 심지어 이별 후 남자친구까지 없어진 주말을 맞이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남자친구 없는 주말을 내가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주말에 혼자 있으면 뭘 해야 할까 막막했다. 그동안 4학년부터 자취를 하긴 했지만, 원룸에서 지내면서 집에서 여가라고 할만한 시간을 보내지 않아서 보통 주말에 집에 혼자 있게 되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카페를 가거나, 운동을 나갔다. 그 6평의 원룸은 나에게 쉬는 공간이 되기에는 너무 좁았나 보다. 초반에는 요리를 시도했으나 너무 좁은 주방에 요리는 포기하고 사 먹기 시작했고, TV가 없던 그 집에서 할 수 있던 것 아이패드로 OTT 나 Youtube 보기 정도여서, 집에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본인이 집순이, 집돌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집에서 할 일이 없는데 도대체 집에 어떻게 하루 종일 있는 거지 궁금했다.
누가 알았겠는가 집을 조금 넓혔다고, 주말에도 밖에만 있던 내가 완전한 집순이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거실, 방이 나뉘어 있는 1.5룸으로 이사를 했다. 방 하나가 늘어나고, TV 가 생기고 주방이 조금 넓어졌다는 다른 이에게는 사소한 부분일지 몰라도 이 부분이 나의 생활을 바꿨다.
아침에는 넓어진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게 되었고, 아침에 내 얼굴도 제대로 못 본 체 얼레벌레 화장하고 뛰어나가기 바빴던 과거와 다르게, 거실에 있는 화장대 앞에서 저녁에는 피부관리를 하고 아침에는 좀 더 차분하게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TV 가 생기면서, 멍하니 TV를 보며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효율적이지 않은 시간 사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항상 매 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나에게는 필요한 변화였던 것 같다. 내가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하면서 마음까지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을 흘려보내도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게 되었다.
남자친구가 없어도, 스스로를 위해 보내는 시간의 만족도가 높아지니 이별 후유증이 덜해진 것 같다.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나의 내부에 더 집중할 수 있어져서 좋다. 집이 생활에 이렇게 큰 역할을 할 줄이야. 더 나를 잘 살피는 인간이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