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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에로화이바 Aug 06. 2024

[뜀_003] 내일은 뉴발란스 런유어데이 등록일

10km에 도전한다

(사진: UnsplashPietro Rampazzo)


예전에 나이키 우먼스 런에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2015년이었는데, 10km와 15km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의 기로에서 패기 넘치게 '15km'를 외쳤었다. 당시 한 번도 뛰어본 적 없는 친구를 데리고 러닝에 참여했는데, "니가 10km 뛸 것 같으면 참여 안 한다 그랬었어."라며, "그리고 지 혼자 가버리대?"라고 지탄 아닌 지탄을 해와, 고개를 푹 숙였었더랬다.



사실, 내 허세보다 놀라운 건 첫 러닝을 15km로 끝마친 그녀의 말과 같은 체력과 독기였지만, 친구는 더 이상 나와 함께 뛰어주지 않았다. 친구의 남편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는 "얘야, 나 달리기에 데리고 나갔던 애."라고 했고.



내일 뉴발란스 10km 런 접수를 앞두고 무식하게 달렸던 과거가 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랫동안 달리기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건, 그런 무식한 열정을 함께해 줄 친구가 마뜩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누이 말했듯, 세상사 죽으라는 법(?)은 없다.



올해 대학 동기와 같은 동네에 살게 되었는데, 친구에게서 무한 체력의 가능성을 발견해버리고 말았다. 친구는 자신이 운동을 즐기지 않는다 했지만, 술을 마시고 밤을 새운 다음날, 러닝 기록을 보내온 건 내게 어떤 발견이었다(ㅋㅋ). 크로스핏 수업 몇 번과 함께, 그가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하체를 지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친구는 그렇게 본인도 모르는 새 2024년 나의 러닝메이트가 되어버렸다.






뉴발란스 런유어웨이로의 1차 납치는 성공했으니, 보다 본격적인 달리기 경험을 제공해 주고자 작년 뉴발란스 기록을 찾아보았다. 대충 살펴보니 엘리트 러너와 일반 러너로 나뉘어서 뛴 것 같고, 11위 한 여성의 기록을 검색포털에서 찾았는데, 4분 10초대로 상당히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내 목표는 일단 4분 30초대로 정했다.

대회 당일은 흥분도가 높아질 테니, 조금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기록 단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체중은 현재보다 3kg 정도 더 감량해야 할 거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마라토너들의 bmi지수가(남자 것만 나와있긴 했지만) 19-20 정도란다. 남자들의 골밀도나 골격근량 따위를 대충 고려해 보면, 내 키에는 46-48kg 대가 적당할지도 모르겠으나 자신이 없어서 일단은 적당히 빼려고 한다.





뭔가 두근거린다.



얼마 만에 목표를 위한 달리기를 하는 건지. 마치 학창 시절,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때의 묘한 흥분감 같은 거다. 스트레스는 받지만, 언젠간 끝날 거라는 걸 알고 그때까지 스퍼트를 올리는 쾌감이 그리워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 그럼, 내일의 접수를 기대하며 일단 뛰러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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