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이고, 유용하지만, 전부가 아닌
이력서 첫 페이지, 학력 2~3줄은 많은 의미를 담겨있다. 우리 모두 스스로 느끼고 쌓인 수십 년간의 애증이 있다. 취업시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정보로 평가된다.
2010년 3월 ~ 2017년 2월?? 대학교?? 학과 졸업 (학점 3.51/4.5)
2017년 3월 ~ 2010년 2월?? 고등학교 졸업
공중파 등 대기업 혹은 인기 기업 채용담당자는 한결 같이 우리는 학벌이 아닌, 지원자의 역량과 가능성을 보고 뽑는다고 한다. 사실일까? 우리 모두 공공연한 거짓말인 것을 알고 있다.
웹툰 ‘재벌집 막내아들’의 회장님도 손자의 서울대 법대 합격을 크게 기뻐한다. 그리고 독자들 모두 공감한다. 모두라면 과장일까? 수십 년 전 내가 고교 1학년 때 서울대 출신의 독어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대학입시는 너희 계급 상승을 위한 유일한 기회이다. 그 외의 방법은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그 당시 느꼈던 반발, 그리고 꼭 맞는 말은 아니다는 믿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나 실상은 끊임없이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모가 되었지만 자식들의 대입은 아주 중요한 관심사이다. 그리고 헤드헌터로서 고객사의 학벌 요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신입사원의 경우, 학벌, 외국어 성적 이외엔 내세울 것이 많지 않다.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어보는 회사가 얼마가 될까? 취업난에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이 흔한데 모든 지원자의 자소서를 읽어 볼까? 알 수 없다.
그리고 단지 뛰어난 자소서만으로 서류전형에 합격될까? 내 생각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기업 채용에서 가장 먼저 이력서를 보는 사람들은 사원 혹은 대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자소서에 감명을 받아 부서장 혹은 임원에게 더 낮은 학벌의 지원자를 적극 추천할 수 있을까?
1. 채용사가 선호하는 학벌
채용사가 공공연한 대외비로 요구하는 조건이 있다. 물론 인지도가 낮거나 채용이 시급한 중소기업 등엔 적용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인서울, 지거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인서울'은 서울 시내 4년제 대학 그리고 '지거국'은 지방 거점 국립대이다. 주요 대기업은 인서울 대신 10개 대학 정도만 추린다. SKY, KAIST, 포항공대, 서성한, 인하대, 경북대, 부산대, 해외대 등이 아니면 첫 번째 관문을 넘기 힘들다.
글로벌 컨설팅사, 종합상사는 예전에 SKY 이외 채용을 꺼렸다. 그러나 최근엔 서성한, 외대까지도 가능하고 물론 해외대 출신을 선호한다. 점차 문턱이 낮아지는 추세다.
애매한 학교들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학교 이외에 인서울 대학, 다른 지방 국립대(전남대, 충남대 등), 아주대, 영남대, 울산대가 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가천대는 실제보다 저평가받는 느낌이다. 지방의 유명공대 UNIST, DGIST, GIST 등은 아마도 이미 인서울 이상 인정받았다.
교육부와 채용사가 언급하는 학사는 분명 다르다. 어느 채용 담당자는 방통대, 학점제 후보자 추천에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이들을 인정하는 회사는 아주 드물다. 간혹 IT개발자가 부족했던 코로나 시절, 일부 중견기업은 정식 대학 졸업자는 아니지만 야간대학원 석사 후보자를 검토하기도 했다.
채용 담당자(사원, 대리)는 학벌에 대한 편견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직급이 올라 갈수록 편견이 강하고 노골적이다. 특히 임원들의 경우, 지원자의 자질 평가에 아주 중요한 잣대이다. 현업에서 업무 역량을 인정했더라도 임원은 계약직 채용 이후 1년 뒤 정규직 전환 조건을 걸거나 경력 연차를 덜 인정하기도 한다.
인서울대학에 대해서도 세대별로 평가가 달라진다. 자신이 재학시절, 입시 경험 때 느낀 정보에 따라 다르다.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지원자나 젊은 세대는 서울과 아주 가까운 가천대를 선호하지만 임원 등 꼰대는 라테 시절 경원전문대를 연상한다.
뻔한 학벌 이야기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다 아는 걸 대단한 척 떠든다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 이유와 실제 어떤 영향이 있는지 생각하면 좋겠다. 다만 숨기긴 하지만 실제 더 공공연하다고 이해하면 정확할 것 같다.
2. 학벌에 따른 경력 시뮬레이션
우리나라 산업화 주역인 제조 대기업 조직은 튀는 천재 보단 말 잘듣는 수재를 선호한다. 성실하고 무난한 사람이 임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았다. AI 그리고 더 앞선, 더 창의적인 기술이 필요한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믿는 출세길이다.
학창 시절 한 눈 팔지 않고 재미없는 과목, 싫은 과목 가리지 않고 참고 해내야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다. 높은 (수능) 성적은 명문대 합격의 보증수표이다. 그런 인재야 말로 빨리, 많이 만들어 성과 내는 조직에서 필수적이다. 그렇게 임원까지 승진한 사람들은 그 성공 방식을 더욱 맹신한다.
학벌에 따른 3가지 부류의 경력을 나열해 보겠다. 물론 다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결심, 변화하겠다는 노력이 있다면 다를 것이다. 그저 상황에 순응할 경우를 생각해 봤다.
1) 명문대 출신 A : 무난하고 안정적일 수 있다.
SKY 등 명문대를 나온 그는 대체로 외국어 특히 영어에 강점이 있다. 어렵지 않게 대기업, 공기업 철밥통 직장에 입사한다. 더욱이 가장 선호할만한 핵심 보직을 차지한다.
업계 선두권 직장에서 급여 복지가 더 나은 다른 곳은 흔치 않다. 결국 한 직장에서 50대까지 다닌다. 문제는 임원이 되느냐이다. 번듯한 학벌과 업계에서 선망받는 기업 경력은 1~2번의 중견, 중소기업 이직 기회까지 생긴다.
2) 평범한 대학 출신 B : 평생 부러움을 떨칠 수 없다.
학창 시절 명문대 입학을 위해 재수, 삼수하기도 한다. 다행히 대기업에 입사해도 비주류 혹은 지원 보직을 맡는다. 중견, 중소기업에선 그나마 주요 보직을 차지할 기회가 생긴다. 선호 직무를 위해 중견기업으로 가기엔 대기업 퇴사가 아깝다. 직무는 만족스럽지만 대기업에 못 간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3) 인지도 낮은 대학 출신 C : 닥치는 상황에 따른다.
학창 시절 편입을 준비하며 치열하게 산다. 취업도 학벌이라는 장벽에 고전한다. 어떻게든 취업하겠다는 생각에 직무를 고를 여유는 없다. 그렇게 애를 썼건만 경영악화, 불합리, 부당함에 쉽게 노출되고 상처받는다. 당연히 잦은 이직은 피하기 어렵다. 일관된 경력은 기대하기 어렵고 불만이 쌓일 수 있다.
3. 각 당사자의 시각
1) 채용사에게 학벌이란
성실하고 인내심 있고 우량 기업에서 근무했고 이직도 거의 없다. 단 두어 줄에 이런 정보를 함축한 잣대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맹신하게 될 것이다. 단지 대외적으론 학벌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이미지 관리가 필요하다.
2) 헤드헌터에게는....
우선 채용사의 주요 요구사항이다. 다음은 좋은 경력(우량 재직기업), 적은 이직 횟수는 짧은 시간에 후보자를 선별할 때 아주 편리한 기준이다.
3) 후보자에게는.....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고 누구에게는 치부처럼 될 수도 있다. 편견, 차별이라고 하지만 부러움은 항상 따라다닌다.
4. 학벌을 이겨 낼 방법을 제안하면
정주영, 이병철, 서정진 같은 기업가의 학벌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훈아, 남진, 조용필, 아이유의 학벌은 잘 모르겠다. 차범근, 손흥민, 김연아도 마찬가지다. 김기창, 김환기, 이우환, 이중섭도 물론이다.
특별한 재능을 따르기보다는 취업/이직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학벌이 뒤따라 다닌다. 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지원자를 짧은 시간에 골라내는 입장에선, 비교적 효율적인 수단이다.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는 과거 기록도 있다.
1)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좋아하는 것이면 더 좋다.
학교보다는 학과에 연연하자! 좋아하는, 잘하고 싶은 학과로 가기 위해 지방국립대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2) 편입에 애쓰는 사람도 많은데, 채용사에선 생각보단 냉담하다.
과톱을 노리면 좋다. 좋은 학점은 재학 중 자존감을 키울 수 있고 더 나은 대학원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채용사에서도 아주 우수한 학점엔 관심이 있다.
3) 외국어(영어)는 중요하다.
의외로 대기업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많은 유학생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많은 친구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미국의 유명대를 졸업하고 귀국하면 영어학원 강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의도는 잠깐 몇 달이었을 것이다. 매력적이지만 대기업 취업에 치명적인 일이다.
아르바이트보다는 수입이 훨씬 많다. 수강생들과 재미있는 회식 혹은 모임 자리가 자주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 잠시라고 맘먹었지만 6개월, 1년, 2년 시간이 흐른다. 빡빡해 보이는 일보단 느슨한 생활이 매력이다. 어느새 30대가 되면 일찌감치 취업한 유학 동창과 수입, 경력에서 격차가 벌어진 것을 깨닫는다.
뒤늦게 취업을 시도하지만 좋은 기업은 대리급 연배의 신입을 받지 않는다. 그때부터 특정 분야가 아닌 영어가 필요한 일을 닥치는 대로 한다. 미국의 명문대 기계과나 컴공과를 나와 주점 매니저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꾹 참고 졸업 이후 바로 입사해 경력을 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학벌이 나쁘더라도 유창한 영어는 많은 기회를 준다. 시쳇말로 지잡대라고 하는 학교 출신이지만 대기업 고위 임원까지 승승장구한 사람도 많다. 유창하지 않은 영어와 학벌은 상관관계가 있다. 그러나 실전에 유용한 능통한 영어는 유학이나 현지 생활기간과 관계가 있다.
학점을 높이고 외국어를 갈고닦아 해외 유학(미국, 중국, 일본)을 다녀오면 다 나은 기회가 생긴다.
4) 명문 대학원을 노려보자
명문대 교수도 우수한 대학원생이 많을수록 좋다. 제자의 논문엔 교수가 제2 또는 제3 저자로 올라가고 교수 실적이 된다. 그래서 능력 있는 학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기업도 필요 분야 연구 경험이 있는 명문대 석사라면 비록 2류, 3류 대학 학사이더라도 채용한다.
5) 그래서 권하고 싶은 길은.....
- 좋아하는, 잘할 수 있는 전공을 찾아가라!
- 재수, 삼수하거나 편입보다는 더 높은 학점, 과톱을 노려 보자!
- 유학을 우선순위로 외국어 공부를 한다.
- 국내 명문 대학원을 입학한다.
5. 학벌은 유용한 선별 기준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경력이다.
자꾸 뒤돌아 보며 후회하지 말자! 우리는 백미러만 쳐다보며 차를 몰지 않는다. 가끔씩 돌아보며 반성하고 지금 바로 앞의 상황에 충실하고 더 먼 미래를 고민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