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생각 없는, 좌충우돌, 피해를 주는...., 그런데 공짜
경력직 평판조회(Reference Check)는 통상 최종 면접에 합격하고 나서야 진행된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는 거친 경우가 있다. 채용부서는 인재를 요구한 현업 부서에 접수된 이력서를 전달한다. 그런데 현업 부서에서 가끔 문제를 일으킨다.
“김 과장 이번 마케팅 포지션 지원자 중 송흥민이 괜찮아 보이는데, 현 직장이 삼성푸드라고 해. 거기도 나쁘지 않은 회사인데 1년도 안되어 왜 옮기려 할까? 혹시 어떤 친구인지 알 수 있어?”
“팀장님 제가 그곳에서 퇴사한 지 2년쯤 되어 그 친구와 같이 일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동기들이 남아있어, 알아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잘 됐군. 그 송흥민 이력서 여기 있으니, 어떤 친구인지 알아보고, 진짜 이직 사유 좀 알아봐. 그리고 너무 티 나게 하지 말고….”
김 과장은 지원자에 대한 호기심, 의구심에서 득달같이 지인에게 묻는다. 오랜만에 연락받은 지인은 반가움이 있지만 송흥민에게 약간의 질투도 느낀다. 옆 부서 송흥민을 불쑥 찾아가 “현대식품”에 지원했냐?” 툭 던진다.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상상만 해도 당황스럽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전혀 아닙니다”라고 딱 잘라 대꾸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엄청 화가 날 것이고 그 분풀이 대상은 헤드헌터이다. 이직 의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원자는 채용사에 직접 껄끄러운 소리를 하기 힘들다.
[이메일 시작]
----- Original Message -----
From : headhunter@hh.co.kr
To : 송흥민 <shm@gmail.com>
Sent : 202?-??-15 21:12:41
Subject : 송흥민 님, 정말 죄송합니다.
송흥민 님
안녕하십니까? 헤드헌터입니다. 먼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저희가 채용사에 강력히 항의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저희도 많이 놀랐고 무엇보다도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본 건) 대응 관련, 후보자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어젯밤 내부 회의를 했고 많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다음과 같이 방안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 다 음 -
1. 사건 발생 경위(추정)
- 채용 관련 부서에서 지원사실에 대해 누출시킬 여지는 작습니다. 그리고 연락처도 알기 힘들고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헤드헌터는 서류 추천 시 후보자 연락처를 삭제했고 채용사와 후보자가 직접 연락하지 못합니다.)
- 현업일 가능성이 높은데 아마도 잘 매칭되는 분이 지원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한 두 다리 건너 알 수 있는 분이다 보니 알아보다 의도치 않은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 지원 포기 여부
얼마나 상심하셨을지 생각하면 정말 죄송합니다. (지원 유지/포기 관련) 전적으로 송흥민 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후보자가 원하지 않으면 채용 과정은 아무 의미 없는 일입니다.
3. 채용사 항의
당장 할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 후보자에게 선택 여지를 의미 없이 줄이는 결과가 될까 우려됩니다. 지금까지 애써주신 것도 무위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최대한 현 상황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4. 저희 의견
- 포기 시점
다시 말씀드리지만 언제든 가능합니다. 전적으로 후보자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결정하시면 저희가 채용사에 성급하고 부주의하고 예고 없었던 평판조회를 강하게 항의하겠습니다.
- 인성검사
일단 응시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온라인이다 보니 연차 등 필요도 없어 외부 사람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 면접(PT준비 및 참석)
계속 주변 시선이 신경 쓰여 반차나 연차가 어렵다면 그때 포기하실 수 있습니다.
- 면접 진행 후 결과
저희 판단엔 매칭이 잘 되기 때문에 채용사가 알아보려 했을 것입니다. 합격 가능성이 높을 수 있고 제시된 처우가 만족스러운지 확인하고 이직하실 수 있습니다.
- 이직을 포기하셨을 때 현재 재직 회사(삼성푸드) 관련 대응
예전 사례를 보면 굳이 먼저 인사 부서나 상급자가 다시 물어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응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저쪽 회사 혹은 헤드헌터 등이 제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지원한 것 같아, 사실을 확인 중에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하신 것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다 보니 저희도 많이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결정을 하시든 끝까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제든 연락 주시면 성심껏 상의드리고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헤드헌터 배상
[이메일 끝]
지원자는 심적 부담에 포기했다. 헤드헌터로서 그에게 정말 미안했고 채용사에겐 정말 기분 나빴다.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감히 고객사인 채용사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없다.
그가 지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격했을까? 난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채용사 현업팀장이 정말로 뽑고 싶은 후보자에게 그렇게 대했을까? 오히려 그 팀장은 혹시나 중도에 포기할까 안절부절못했을 것이다.
이보다 더 거친 평판조회도 경험했다. 어느 중견그룹이었는데 최근 인수한 회사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건이었다. 우리가 추천한 후보자들은 아니었다. 2명의 후보자가 물망에 올랐다. A는 유명한 글로벌 기업 경력자였고 B는 국내 대기업 경력자였다.
다른 계열사와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그 회사는 내 고객사는 아니었다. 요컨대 어떤 결과든 나와 무관했다. 단지 내가 관련 업계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그룹 지주사에서 연락한 것 같다. 최대한 신속히 두 사람을 파악해 알려달라는 것이 요구사항이었다. 나에겐 두 사람의 아주 간단한 약력만 제공됐다.
내가 보기에도 장단점이 갈리는 사람들이었다. A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좋은 브랜드가 있었고 B는 대기업이지만 중견기업 규모의 회사 출신이라 A는 간판에, B는 실무에 장점이 있어 보였다. 아마도 오너 등 경영진에서 망설이다 곧 결정을 해야 되는 시점이었으리라.
A는 다행히 학교 선배라 두어 다리 건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ROTC 출신의 합리적이라는 평이었다. 반면에 B는 최근 타사 추천 과정에서 알게 된 C 지원자와 같은 회사에 재직했고 최근 퇴직했다. C에게 B에 대해 알고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알고 말고요. 같은 부서에 있었던 적도 있고…. 그런데 솔직히 좀 지랄 같았습니다. 그 덕인지 B는 임원도 됐고.... 내게 싫었던 기억도 있습니다.”라고 C는 답했다.
난 뭔가 더 알아볼까 고심했다. 그러나 지주사 담당자한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굉장히 급하고 어려운 상황인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초간단 평판을 알려줬다. 수수료는 없었다.
“A는 학사장교 출신에 무난하고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B는 예전 직장 재직자들로부터 호불호가 있다는 평이었습니다. 조금 더 알아봐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지주사 채용담당자는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평판조회 비용이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아까웠을까? 아니다. 아마도 위에서 당장 알아보라 닦달한 것 같다.
사흘 인가 뒤에 그 회사 대표이사로 A로 선임됐다는 뉴스를 봤다. 대표이사이란 중책을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내 선배 A가 됐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그는 내 덕에 대표이사가 된 것을 알까?
앞에서 언급한 평판조회는 정말 거친 방식이다. 누군가 상처를 입고 정확도도 자신할 수 없고 그렇지만 비용이 들지 않았다. 한편, 절차에 따른 평판조회가 무조건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음엔 신사적인 평판조회를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