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에게 알리고, 피해자가 없는, 보증인을 만드는
평판조회를 통해 채용 회사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지원자의 아주 자세한 정보? 모든 인간관계? 성격? 비위 사실? 진짜 이직 사유? 채무관계? 부부관계? 그러한 이유라면 할 필요가 없다. 대신 흥신소나 탐정 사무실을 권한다.
아주 중요한 자리, 예를 들면 큰 기업의 대표이사 혹은 핵심 임원 선임할 땐 그럴 수 있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해 보자. (젠틀한) 일반적인 평판조회는 지원자가 소개한 사람들에게 연락, 물어보는 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몰래 하는 것도 아닌데 지원자 지인에게서 뻔한 답만 나올 것이다.
맞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지인이라도 다른 사람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원하고, 계획한 답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 아닌 한, 확실한 이해관계가 없는 한, 문제 있는 사람의 평판조회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또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난 그 과정이 보증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력서, 졸업증명서 등 서류에 나온 기본적인 내용과 같이 근무하며 어땠는지 그들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다. 입사할 때 보증인이 생뚱맞은 일일까?
90년까지만 해도 채용 회사가 신입/경력 사원에게 보증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나도 그랬다. 가깝게 지냈고 평소 잘 아는 고모부가 내 보증인이었다. 사회 첫 발을 내디딘 어린 나도 고모부가 도장을 찍을 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주저하신 것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누군가를 (사적이 아닌) 공적으로 지지하고 인정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결심이 필요하다. 가장 흔한 방식은 이렇다. 채용 예정자에게 3인 정도 평판조회할 사람을 소개받으며 시작한다.
최근엔 드물지만 이런 방식도 있다. 2명의 지인과 1명은 헤드헌터가 직접 찾아내 총 3명을 접촉한다. 혹은 3명의 지인과 1차로, 다시 그들이 소개한 1~2명을 대상으로 2차로 진행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개인정보법, 기타 강화된 프라이버시 보호 등으로 법적 문제 발생 소지가 있을까 부담스럽다.
평소 거래하고 있었던 고객사에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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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iginal Message -----
From : Company <Insa@company.com>
To : Headhunter <Headhunter@hh.co.kr>
Sent : 202?-??-15 09:55:04
Subject : [컴퍼니] 후보자 레퍼런스 체크 요청의 건
안녕하세요 헤드헌터님, 유선상 말씀드린 내용과 같이, 저희 내부 채용 프로세스와 진행 건과 관련하여 레퍼런스 체크가 필요하여 진행 의뢰를 하려고 합니다.
첨부드리는 레퍼런스 리스트를 참고하시어, 해당 인물들과 연락하여 레퍼런스 체크 진행을 부탁드립니다. (레퍼런스들과는 레퍼런스 체크 진행사항에 대한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완료되었습니다.)
1) 홍길동 상무 : 아메리칸케미컬, 현) 청주공장 컨트롤러 전) 회계팀장, 연락처 : 휴대전화 / 이메일
2) 심청 부장 : 한국화학, 현) 경영기획팀장, 전) 유로중공업 재경팀장, 연락처 : 휴대전화 / 이메일
3) 성진우 이사 : 홍콩산업, 현) 경영지원실장, 전) 유로중공업 회계팀장, 연락처 : 휴대전화 / 이메일
레퍼런스 체크 결과지는 한글, 영문 두 형식으로 부탁드립니다. 현재 일정이 다소 빠듯하여, 가능하시다면 빠른 시일 내에 확인 및 회신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진행 전 서비스에 대한 견적 부탁드립니다. 다른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채용사 담당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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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은 내가 추천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무료이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루트를 통해 채용하려는 후보자의 레퍼런스 체크이다. 아무래도 고객사가 보다 객관적인 리포팅을 원한 것 같다. 일정 수수료를 청구하지만 시간과 수고에 비해 달가운 일은 아니다. 기존 고객사이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채용하려는 후보자에 대한 간략한 약력과 해당 포지션의 Job Description을 요구했다. 후보자 그리고 해당 포지션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검토하고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정할 것이다. 요약하면 후보자와 관계부터 시작해서 성격, 업무 스타일, 이/퇴직 사유, 윤리 문제, 후보자에게 특화된 질문들을 준비했다.
1. 상기 대상자(아무개 님)와의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 관계(상급자/동료/하급자 등) :
- 함께 근무한 기간은(회사명, 소속부서, 직급/직책 포함)
- 기타 다른 관계 :
- 재직 시 자주 대면하는 사이였습니까?
- 퇴직/이직 이후에도 연락 혹은 만나신 적이 있습니까?
- 기타 대상자 관련 작성자의 간단한 약력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성격, 성품에 대해서 간단히 기술하세요!
- 한마디로 어떤 사람이다. 혹은 어떤 이미지인가?
- 성격은 어떤가? 외향적, 내향적, 장점, 단점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나 경험
-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땠나요?
상사, 동료, 하급자, 회사 내외부 고객(글로벌 본사/거래처/외부 기관 등)
- 근무 태도, 근태
3. 업무 수행에 관해 알려주세요!
- 수행 직무 및 간단한 설명
- 업무 태도, 성향:
- 가장 잘하는 분야 혹은 탁월한 부분
- 성과나 공적:
- 과오나 문제점:
- 업무 스타일:
- 협업 능력:
- 업무 상 문제/갈등 해결 방식:
[중략]
8. 리더/부서장 역할을 맡은 적이 있습니까?
- 있다면 이끌었던 부서명(부/과/팀, 파트, 본부 등)과 주요 업무 및 부하 직원수
- 후배나 부하 직원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까?
9. 이/퇴직 사유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혹은 어떤 사유라고 생각하십니까?
[중략]
11. 직업윤리 관련 불미스러운 일에 관여하거나 연루된 일이 있습니까?
- 문서유출
- 횡령, 뇌물
- 재산, 채무관계
- 폭력, 성추행, 음주운전
[중략]
13. 아직도 한국 내 직장에선 여성에게 보이지 않는 유리 장벽이 있는데 대상자가 이와 관련 어려움을 겪거나 혹은 극복한 사례를 아십니까?
[중략]
14. 기타 대상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15. 상기 기재사항에 대해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추가 설명하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까?
어쩌면 모두 뻔한 질문들일 수 있다. 그리고 뻔한 대답들이 나와야 한다. 3명의 레퍼리가 들쭉날쭉한 답을 하면 골치 아프다. 지인들인데 일관성 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아야 한다.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통화를 하면 얼마나 친한지 관계를 느낄 수 있다. 끈끈한 관계면 충분한 시간 동안 통화할 수 있다. 반면에 사무적인 경우는 통화가 짧았다. 그가 원래 그런 성격이거나 덜 친할 수 있다.
그다음엔 리포팅인데, 비슷비슷한 인터뷰 결과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 이 후보자는 여성인데 과묵하고 꼼꼼한 일처리 하는 스타일이었다. 전형적인 재무회계 분야 팀장급 관리자로 보였다. 인터뷰 결과도 항목별로 정리하고 분석했다. 이제 가장 어려운 마지막 단계이다. 결국 회사는 장, 단점을 알고 싶어 한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 장점이다.
•업무 관련 지식과 능력이 우수하며 꼼꼼한 일 처리, 충분한 대화 통한 협업을 통해 경영진, 상급자, 하급자, 동료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리더십 측면에선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글로벌 조직과의 협업 능력도 “프로페셔널한 커뮤니케이션“, “Region과 Local의 커뮤니케이션에 탁월” 등 호평받았고 아메리칸 케미컬 본사 감사팀의 “Excellent Practice 평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략]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선 프로세스 및 제조 개선 사례가 있었고 특히 우리중공업에서 내부통제 시스템 관련 회계부정을 방지하는 국내 프로세스 전면 개편을 주도하고, 타 지역의 개선 활동도 지원했다고 합니다.
•외향적이지만 문제 파악, 분석, 추진력 등으로 경영진의 신뢰를 받았고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원활한 협업, 적극적인 멘토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직업윤리 면에서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고 책임감이 강해 필요하다면 주말이나 야간 근무도 수행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부정적 측면, 단점이다.
•“꼭 필요한 말만 한다"는 과묵하다는 평도 있었으나, 글로벌 조직, 한국 내 조직과 잘 소통했다는 점에서 큰 이슈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 전통적인 한국기업 혹은 중공업 등에선 남성 위주의 문화가 있어 여성이 불리할 수 있지만, 먼저 재직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관련 문제가 없었다고 하고, 15년의 경력과 “여장부"로 언급된 부분 감안 시, 문제없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중략]
•업종이 다르고 다른 회사라는 점은 당연히 적응기간을 요구할 수 있지만 미국공인회계사 자격, 각기 다른 글로벌 기업 문화 적응, 우리중공업에서의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 주도 등에서 판단할 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영어 리포팅인데 AI 덕을 많이 봤다. 생각보다 매끄럽게 번역했다. '여장부'를 어떻게 번역할까 고심했는데 AI는 'a strong, capable woman'이라고 했다.
평판조회에 들어간 시간은 2~3주 그리고 받은 수수료는 최저임금 시급 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돈만 생각하면 별로이지만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국내 일부 대기업은 무조건적으로 평판조회를 한다. 모든 경력직 채용 마지막 관문이다. 반면에 외국계는 다르다. Hiring Manager가 판단한다.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고 그 매니저가 수수료 비용에 대해서도 판단한다. 개인적으론 외국계 방식이 좀 더 합리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터프한 것보단 젠틀한 평판조회는 다치는 사람이 없다. 더욱이 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흠이라면 돈과 시간이 든다는 것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