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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떰띵두 Nov 21. 2024

탈출

일상이 무료했다.

훅 하고 찾아온 무덤덤이 내 일상을 지배한 듯 일상에서 재미가 점점 없어졌다.

한방에 훅 가버렸다.

일상의 재미가 사라졌다.

기어이 내 머릿속이 비어 가고 있었다.

머릿속이 비어가니 생각이 잦아들고 생각이 잦아드니 하고픈게 줄어들고 하고픈게 줄어드니 일상이 차가와지고 일상이 차가와지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그 무감각을 타고 무기력이 스며드니 시간이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훅하고 말이다.

무엇이 먼저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내 전체가 무미건조함으로 채워지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일상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무언가를 하려면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고통스럽게 애를 써도 머릿속에 생각이란 것이 들지 않는다.

답답한데 어떻게도 되질 않는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고 곰곰이 곰곰이 찬찬히 찬찬히 살펴보아도 내 머릿속은 공허하다.

마치 공갈빵 속 같다.

한 입 베어 물기가 무서울 만큼 바스락거리는 내 머릿속을 안타까와해보아도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혹 이것이 병인 것일까?

뭐 우울증 이런 거 말이다.

애쓰지 말아야겠다.

애쓰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서 나는 나의 가여움이 보인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이 어느새 두 달!

애쓰려다 보니 쫓기는 다급함에 더욱 초초해지고 초초함에 나의 하루는 더더욱 메말라가는 기분이었다.

손을 놓고 멍하니 아니 멍청하니 그냥 하루하루를 보냈다.

의미, 무의미 이런 것조차 염두에 두질 못할 만큼 멍하니 속이 텅 빈 깡통처럼 왔다 갔다 그렇게 매일의 시간을 지나쳐왔다.

그러다 오늘 아침 멍하니 책상에 앉은 나는 잠에서 깨어나듯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내 일상의 재미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랐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꽃이 피는 장면처럼 천천히 아주 긴 시간이지만 아주 짧은 순간 확 피어난 꽃처럼 그런 장면으로 생각이 찾아들었다.

아침해가 떠오르듯 내 일상에 재미가 찾아들었다.

잊어버렸던 그것을 다시 기억해낸 것이다.

일상의 재미

그것은 가슴 떨리는 작은 설렘이 가져다주는 선물인 것이다.

작은 설렘은 바로 기대하는 일상과 언제나 함께 한다.

그리고

 일상은 내가 상상하고 꿈꾸어야만 내 것인 거다.

지금 나는 즐거운 상상을 시작한다.

자잘한 기대를 꿈꾸기 시작한다.

떨림이 저기에서 내게로 걸어온다.

고맙다!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머물러준 니가 참 고맙다!

드디어 탈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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