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나!

엄마의 언어 7

by 떰띵두


사람은 누구나 사는 동안 잊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사는 동안 가슴에 담아 두는 것들이 있다.

나도 그러하다.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흐리고 참 많이 추웠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아빠를 만나러 갔다.

귤 한봉지 사들고 아무 생각없이 아빠를 만나러 갔다.

지난주 주말에도 아빠를 만나러 갔었다.

그 지난 주말에도 아빠를 만나러 갔었지 싶다.

아마도 그 지난 지난 주말에도 아빠를 만나러 갔었다 생각한다.

그렇게 주말의 일상이 된 듯 이 날도 아빠를 만나러 갔다.

철없는 딸이 그 추운 겨울날에 차가운 귤 한봉지 사들고 아빠를 만나러 갔다.

아빠는 몸이 불편하여 요양원에 계셨다.

걷는 것은 점점 힘이 들었고 이때쯤에는 휠체어를 타야 움직일 수 있으셨다.

원래 말씀도 없으시고 느리신데 더 느려져 아빠 목소리의 한 구절을 들으려면 한참을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길지 않은 시간을 그냥 아빠랑 함께 있다 오는 정도 였다

마음과 달리 더 오래 함께 있지 못해 못내 미안했다.

아이는 어려서 내마음을 헤아려도 내가 바라는 만큼 오랜시간 참고 기다려주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왔으니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마운데 남편의 피곤한 얼굴이 보이니 뭐라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서둘러지고,

지난주처럼, 지지난주처럼, 오늘처럼, 다음주에도 또 올꺼란 생각에 스스로 미안함을 덜어내고,

... 이렇게 나는 아빠와의 짧은 시간 만남을 당연시 만들었다.

이 날도 우리는 그나마 옅은 햇살이 간간히 내리쬐는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아빠께 귤 한쪼가리 까드리며 일상의 안부를 그냥 물었다.

‘아빠, 불편한거 없어요?...응

드시고 싶은거는요?...없어.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잘 해 주시나요?...응.‘

그러고는 아빠는 창을 통해 멍하니 쳐다 보고 계셨다.

나는 아빠 손을 잡고 아무말 없이 우리 아빠가 무얼 저리도 열심히 보시나 하여 눈높이를 맞추고 아빠가 바라보던 곳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냥 하늘에 떠있는 구름과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였을 뿐..

‘아빠, 뭘 그렇게 보고 계세요?...그냥.’

한참을 그렇게 있다 언제나처럼 나는 어설프게 헤어질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빠가 그런 나를 지켜보더니 처음으로 물으셨다.

“내일 바쁘나?”

“응? 왜요?”

“뭐가 그리 바쁘노?”

“왜요?”

“안바쁘면...내일 올 때 비오면 신을 내 신발하고 손이 찰까하니 목장갑이랑 용돈 좀 갖고 온나”

별도로 개인이 현금을 가지고 있을수 없고 현금을 맡겨두고 필요하실 때 쓰실 수 있도록 요양원에서는 관리하고 있었기에 아빠가 그냥 하시는 얘기려니 했다.

물론 신발도 마찬가지.

신발을 신고 바깥을 나가실 수 도 없는데 무슨, 이런 생각에 나는 그냥 무심히

“아빠는 참...”

“아빠, 조금만 따뜻해지면 우리 소풍가요”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렇게 어정쩡한 시간약속을 하고 아빠와 헤어졌다.

그러면서 멍청하게도 매번 아빠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는 혼자서 훌쩍거렸다.

그리고 일요일 늦잠을 잤고 늦은 점심을 먹고 비도 오는 터라 아빠를 보러 가야하나 어쩌나 하나 하면서 마음으로 게으름을 피우며 하루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늦은 오후, 이른 저녁에 작은오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가......”

... ...

나는 매일 매일 잊지 못한다.

나는 매일 매일 되내어 담고 있다.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 일상의 언어가 될 때까지

“딸아, 바쁘나!”

바쁘나!

국어 사전 :

1 일이 많거나 또는 서둘러서 해야 할 일로

인하여 딴 겨를이 없다.

2 몹시 급하다.

3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딴 겨를이 없다.

엄마언어 사전 : 아빠께는 지독한 보고픔이었고

에게는 당연한 일상인 단어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별꺼아닌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