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언니랑 나는 한방을 사용했고 오빠들이 결혼을 하면서 별채에서 본채로 신분상승해서 생활할 때였다. 시골이라 여름철에는 모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두고 자려면 모기장을 치고 자야만 했다.. 나지막한 천장에 방 가장자리마다 박아 둔 못에다 모기장 줄을 동여 메고 방 테두리 쪽으로 모기장을 쓰윽쓱 밀어내고 만들어진 방중앙에다 이불을 깔고 덮고 그렇게 여름날에는 초저녁부터 모기장을 쳐두고 모깃불을 피운 뒤에 저녁을 먹고 모기장 안으로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뒤에 들어오게 되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잡다한 심부름을 시키는 자격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참에 저녁이 되면 모깃장 속으로 먼저 들어거려고 얼마나 눈치를 서로 살피는지 엄마한테 야단 맞이 일 쑤였고 그 참에 후다닥 거리다 못에 동여맨 모기장 줄이 끊어져 꿰메야 하기도 했고, 열심히 모깃불로 모기 없는 아늑한 공간을 마련해 놓고 서로 먼저 그 속에 들어가겠다고 모기장을 잡고 털썩거리다 밤새 모기 웽웽거리는 소리에 모기에게 피 빨리는 고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중 으뜸은 어느 날엔가 언니랑 둘이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던 일이 있다.. 언니랑 나는 여섯 살 차이라 그 닥 공감대가 없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한 번씩은 밤새워 수다삼매경에 빠지는 일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날에는 거대한 장애물이 반드시 등장하는데 바로 엄마였다.. 10시쯤 되면 자라고 잔소리 폭격이 시작되기에 전기불을 꺼야만 했고 엄마가 주무신다 싶으면 언니랑 나는 준비한 양초를 켜두고서는 이불속에서 키득키득, 훌쩍훌쩍 거리며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 날 중 어느 날. 이 날도 우리는 엄마 몰래 양초를 켜두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희희낙락하던 중에 이럴 어쩌누 어디선가 화근내가 나기 시작하고 언니랑 나는 놀란 마음에 이불을 들고 모깃장에 붙은 불은 끄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초가삼가 다 태우고 벼락거지가 될 판이었던 일생일대의 위험한 큰 일었는데 언니랑 나는 그것조차도 너무 재미있어 배를 잡고 웃으면서 아침에 엄마께 혼날 생각에 아찔해져서는 그날 밤 꼬박 새면서 바늘에 실을 꿰고 걸레천을 잘라 구멍 난 모기장을 꿰매었고 불 끄느라 녹아든 이부자리는 녹아든 부분 보이지 않도록 난데없는 새벽기상으로 이부자리 정리정돈의 생활을 이어나가야 했었던 적이 있다.. 그날 태워먹은 모기장은 새로 산 지 얼마 되지 않는 모기장이라 엄마의 야단수위가 높았을 거란 생각에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그나저나 이런 쫄깃쫄깃하던 그날에 언니랑 나는 밤새우며 나누었던 얘기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 언니와 나눌 얘깃거리는 쌓이고 쌓여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다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끊어지고 눈물 뽑아가며 웃는 일도 뜨문뜨문한 것이 수다의 재미가 그 때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왜일까?라고 질문을 해 본다.. 나이가 드니 새로울 것이 없어 감흥이 줄어들어서라고 누군가는 답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가라고 생각을 함께하면서도 뭔가 부족한 느낌을 충족하려 생각을 곰곰이 해보니 나는 이렇구나라고 알아차려본다..
그때는 나누고 자르고 깊게 보던 것을 지금은 다 아는 것이라 생각하고 뭉뚱그려 보니 그런 것임을 알았다..
바로 지금의 나는 세상을 안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일상이 흥미롭고 즐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