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된장

아들 첫휴가 나온 날 아침

by 떰띵두

냉장고에 10년 가까이 삭혀둔 된장통이 있다.

몇 년째 꺼내보지 않은 채 그냥 냉장고 저 뒤쪽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된장통이 있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낯익은 그 모습이 내게는 언제나 애잔함을 전한다.

10여 년 전 그 된장통에 된장을 담아 올 때만 해도 얼마나 투덜거렸는지 모른다..

집에서 먹을 일도 그닥없는데

필요치 않을 듯한데

애써 굳이 이리도 통에 담아 손에 쥐어 보내는 것이 못내 못마땅했었지 싶다.. 들고 옮겨야 한다는 번잡함과 귀찮음이 한몫 해었지 싶다.

그리고 그 이면엔 당신보다 언제나 자식을 먼저 두는 그 안쓰러움에 화가 났었지 싶다.

그렇게 그날부터 저 된장통은 내 집 냉장고에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앉았다..

가지고 온 첫해엔 된장찌개를 끓여보려 꺼냈는데 세상에...

살면서 이리도 맛없는 된장은 처음이다 싶을 만큼 된장에 아무런 맛이 없었다..

짠맛조차 없는 그런 맹탕의 맛이었다..

그 이후로 냉장고에 집어넣고서는 무관심해졌다. 그러다 한해가 가고 두 해가 갈즈음에...

나는 냉장고 속 그 된장통을 끄집어내어 애지중지 통을 닦고 혹 곰팡이라도 생길까 하여 뚜껑을 열어 된장상태를 살피고 맹탕이던 된장 위에 소금을 조금 뿌려두었다. 뒤적여 섞어두면 혹 된장이 변할까 겁이 나 그냥 살포시 소금 한 줌을 된장 위에 뿌리고선 뚜껑을 닫고 냉장고 속에 다시 넣어 두었다.

그리곤 간간히 냉장고 문을 열어 그 된장통을 살피곤 했다..

어느 날엔 봄바람이 너무 서글퍼서 열어보고

어느 날엔 햇살이 너무 고와서

또 어느 날엔 바람결이 탐스러울 만큼 매혹적이라

그렇게 또 어느 날엔 하루의 호흡이 너무 버거워서

그렇게 그렇게 열어보고 꺼내보고 살펴보고를 오늘 이 시각까지 하고 있다.

오늘 아침 참 행복하다 느끼는 이 순간

내게는 행복한 이 하루가 시작되는 즈음

어찌 밑도 끝도 없는 그리움이 갑자기 잦아들며

이 하루의 아침이 뿌예 찐다.

콧 끝이 찡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소금을 뿌려두고 맛보기조차 겁이 났던 것을

오늘 아침 냉장고 저 뒤켠의 된장통을 끄집어내어 뚜껑을 열고 깨끗이 씻은 손가락의 물기를 닦아내고 살짝 된장을 찍어 들고 맛을 본다.

... 짠맛이 돈다... 내 입안에 짠맛이 돈다...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야무지게 침을 꼴깍 삼킨다

그리움이 온전히 내 안으로 들어온다.

살짝 찍어든 묵은 된장 맛이 이리도 가슴저리게 맛난 것은 문득 찾아든 그리움 때문일까?

당신에 대한 감사함 때문일까?

당신께 철없던 나의 죄스러움일까?

내 어머니는 시집간 딸이 장가 간 아들이 참 많이도 보고팠을 텐데 그 마음이 왜 이제야 헤아려지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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