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그날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20211202의 졸필
쌍계사였던가 대원사였던가
어렴풋한 그날.
찬 계곡물 사이로 어른거리는 달빛이
참으로 곱던 모꼬지 그날.
순정과 인연을 수줍게 논하던
긴 머리 친구는 어찌 잘 지내시오.
까까머리 친구 백일휴가 나와
대포 말아먹고 함께 취해
부시시 자고 일어난 그날.
느지막이 진주에서 산청으로,
중산리에서 로타리로,
배낭 하나 없이 물병 하나 들고 올라가선
어찌어찌 장터목에서 기웃기웃
새우잠 자던 그날.
죽마고우 막역지교 우정 깊이 새기고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휘황 찬란 천왕봉 일출 본 그날.
사나이 기상, 야호 함성 힘차게 발사하고
따다닥 축지법으로 같이 하산한 그 친구는
언제쯤 국수 먹여줄 건지 궁금하다오.
아이구 대라, 고마 돌아가면 안되겄나
직장 동료들 칼바위길 숨 가삐 꾸역꾸역 올라가던 그날.
힘든 사람들 법계사에 숨겨놓고는
정상 찍고 내려와 도시락 먹고 기념사진 찍던 그날.
지금은 조선 팔도 흩어져
각자 인생 따라 뜀박질하는 한솥밥 그 식구들은
이제 언제 또 만날 수 있으리오.
지리산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늘 그 자리 그대로 한결같은데
나만 이리저리 속절없이 변해가는 건 아닌지.
꿈결 같은 그날들이
언젠가 다시 메아리치길 손꼽아 기다려 본다오.
#사진ㆍ먼 가족인 지리산국립공원 ㅇㅇ분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