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옮긴 딸에게 나타난 변화는 도드라졌다.
매일 아침, 학교 못 다니겠다며
가기 싫다던 울부짖음이 싹 없어졌다.
초등학교적 친구들이
새 학교에 많은 것도 보탬이 됐으리라.
하지만 쓴 뿌리는 여전했다.
아직 마음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게
눈에 보였다.
수심이 가득한 듯 주눅 든 표정,
매사 부정적인 언사들...
사춘기가 겹치면서 질풍노도의 발톱을 드러내 보일 때가 많았다.
쉼이, 대화가, 교감이 필요했다.
아버지 어머니 은퇴 기념 겸,
딸을 위한 힐링 여행 겸
3박 4일간의 여정을 계획했다.
숙소를 잡고 휴가를 내고 금요일 아침,
함께 집을 나섰다.
양산에서 출발해 경주를 지나
포항 장사해수욕장 쪽으로 향했다.
끝없는 수평선을 채색한 쪽빛 바다와
사납게 휘몰아치는 해풍은
오히려 아드레날린을 최고조로 발산시켰다.
딸도 퍽 기분이 좋은지
연신 잰걸음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눈에 담는 모습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초개처럼 목숨을 바친 학도병들의 흔적은 가슴에 담았으리라.
영덕을, 울진을, 삼척을, 강릉을 거쳐
평창에 당도했다.
딸은 숙소에서 그야말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채
자유시간을 누렸다.
여동생네까지 합류하자
딸은 신이 났다.
딸은 내 여동생,
그러니까 고모를 그렇게나 좋아한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미스터리다.
이틀째 아침에는 금강산과 해금강을
볼 수 있는 고성 통일전망대에 갔다.
딸은 조카들과 사진을 찍으며, 수다를 떨며, 춤을 추며, 함성을 지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을 먹으러 속초로 달렸다.
물회, 전복죽, 섭국, 오징어 순대...
다 맛나게 잘 먹더라.
수산시장에 가서
거기 명물, 닭강정도 한가득 샀다.
평창으로 돌아와
갖가지 주전부리를 양껏 먹고
부활절 전야 행사로,
부활절 달걀 만들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부활절 주일이던 셋째 날 아침,
우리는 가정예배를 드렸다.
정성스럽게 만든 부활절 달걀을 놓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했다.
이후 숙소를 나와 곤돌라를 타고
평창 몽블랑 정상에 오른 뒤
호반의 도시, 춘천을 찾았다.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고 오리배도 탔다.
춘천 하면 닭갈비와 막국수라,
맛집에서 펼쳐진 향연에
딸도 조카들도 부모님도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늦은 점심이라 그런지,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지
맛이 일품이었다.
해 저문 소양강을 뒤로하고
평창으로 복귀했다.
마지막 날 아침, 체크아웃을 하고
충북 단양으로 향했다.
정도전의 일화가 서린 도담삼봉.
강줄기를 따라 도는 유람선을 탔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 손자 사이가
다정해 보여서 너무나 좋았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아기 때 키운 정이 많아선지
손녀를 지극히 사랑하신다.
그래서 딸은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가끔씩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경북 문경새재에 들렀다.
영화와 드라마를 찍는
오픈세트장을 구경했다.
때마침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중이었다.
가족 중에 특히 딸이 너무 신기해했다.
아빠보다 배우들이 더 좋단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무사히 집으로 잘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보았다.
딸의 미소를, 노래를, 춤을, 텐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