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이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해운대 키자니아에 간 적이 있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그 많은 체험부스 중
딸이 유독 좋아하는 곳이 있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어 보는 부스였다.
거기서 주는 원고를 받아 들고
'ON AIR' 불이 들어오면
BGM에 맞춰 내레이션을 하면 된다.
유심히 지켜봤는데,
딸아이의 오감이
그 순간 좀 다르게 느껴지더라.
생기가 넘치고 흥이 난 듯
아주 신나 보였다.
음색 역시 티 없이 깨끗했다.
다 마치고 딸에게
뭐가 그리 좋았는지 물어봤다.
'성우'가 되고 싶었는데
라디오 진행을 해서
기분이 최고였다고 했다.
사진첩을 찾아보니
3년 전, 성탄절 다음날로 확인이 된다.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 된 딸.
그사이 학폭 피해를 당하고,
그렇게나 원했던 학교 방송반
동아리 시험에서 떨어지는 시련을 겪었다.
방송반에 탈락했을 땐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보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지난해 가을, 손석희 선배와
따로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딸 이야기를 잠시 했더니 웃으셨다.
손 선배는 기꺼이 딸을 위한
친필 메시지를 써주셨다.
이후 '성우'가 되겠단 꿈은
한층 더 강렬해진 것 같았다.
간혹, 밤늦은 시간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오면
아이의 방에선
애니메이션 내레이션 소리가 들리곤 한다.
교회 중등부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고 있어선지
아주 가끔은
홀로 건반을 치며
살짝살짝 흥얼거리는 찬양을
들을 수 있기도 하다.
꿈 많은 소녀에게는
멘토가 필요한 법.
코너 진행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 절친 후배 기자에게
소소한 조언을 청했다.
후배는 기꺼이 딸과 전화 통화를 했고,
내내 살가운 목소리로
그 꿈을 응원해 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까지 받은 딸은
너무 행복해했다.
아빠 찬스는 여기까지,
이제 부단한 노력과 홀로서기의 중요성을
차츰차츰 가르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