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 저 깊은 곳에는 내 생각과 감정, 삶의 변화를 지긋이 지켜보고 있는 존재가 있다. 이 존재는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오는 동안 늘 그곳에 있었다. 삶의 풍파에 위협받지 않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너절한 우리의 불안과 고민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늘 같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존재. 내가 어떤 일을 경험하고, 어떠한 기쁨과 상처를 받든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 그러한 고민을 한다는 사실 자체를 늘 온화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깊은 나. 이것이 바로 '맥락으로서의 자기'다.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지금도 거대하면서도 온화한 대왕고래처럼 유유히 우리의 마음속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존재가 있다는 자각조차 없을 때부터, 가장 깊은 곳에서 늘 따뜻이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늘 미래를 걱정하고 사람에 아파하지만 고래 같은 '진정한 나'는 한 번도 위협받은 적 없이 평온했다.
왠지 대왕고래는 자신의 몸이 얼마나 더 커졌는지, 자신을 스쳐가는 물고기들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오늘 크릴새우를 몇 마리나 먹었는지에 대해 집착하지 않을 것 같다. 단지 스스로의 삶을 충분히 부유하고 바다를 온몸으로 느낄 것만 같다. 우리도 그의 마음을 닮을 수 있다면, 사실 내 마음속에도 그 고래와 같은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시시각각 내 마음을 조여 오는 불안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