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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취재기
돌아오는 크루즈에서 쓰다
by
모퉁이 돌
Nov 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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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상 미사일 발사와 포격 등
북한의 도발은 계속되고 있다.
회사에서는 그제 급히
나를 울릉도로 보냈다.
울릉도를 찾은 건
생애 처음이었다.
11월 2일 자정,
포항 영일만항을 떠나
바닷길을 6시간 동안 달려온 크루즈를
여명과 함께 반겨준 사동항도 좋았지만
숙소는 어미새가 알을 품고 있는
포란형 도동항 인근,
빨간 장미가 피고
나무 계단이 고풍스러운
후덕한 사장님의 보금자리
골목 언덕배기 쪽 펜션으로 정했다.
짐이라고 할 것도 없는
짐을 풀고
노트북을 열어
부리나케 취재 메모를 올렸다.
울릉 주민들의 분위기와
관광객들의 표정을 보고했다.
그리고는 군청으로 달려가
울릉군과 정치권의
북한 규탄 기자회견에 임했다.
신통방통하게도
전 직장 후배 기자들을
부산도 경남도 울산도 아닌
울릉도에서 만날 줄이야!
열심히 취재하자고
파이팅 했다.
울릉군의 쟁점은
열악하고 불비한,
부실하고 부족한 대피시설이었다.
주민들 대다수가 공습경보 날,
대피 안내방송을 듣고도
대피소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몰라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다.
울릉읍에만 8개가 있었는데
현장 취재 결과
엉망진창으로 방치되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면 지역은 어땠을까?
대피소가 아예 하나도 없었다.
울릉군과 지역 정치권은
더 늦기 전에
서해 5도처럼 벙커형 대피시설들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하는 상황이었다.
https://youtu.be/MoJwQ5AbmvA
취재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접했다.
장성 출신으로 목소리 쩌렁쩌렁한
군수도 만나고
공습경보 내려졌던 날,
유연근무를 명분으로
상추 뜯으러 조기 퇴근한
경찰서장과 통화도 했다.
지하대피소를 촬영하러 갔는데
울릉도 식생까지 요모조모 소개해주신
농업기술센터 과장님도 기억나고
면 지역에 대피소가 전무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시던
따개비 칼국수집 사장님도 그립다.
11월 3일 일정은
후배 기자들과 저녁을 파한 뒤
홀로 도동항 야경에 취한 채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며
그렇게 마감을 했다.
회사에서 허락한 출장은
리포트와 르포물을 끝낸
4일 오전까지였다.
나의 첫 울릉도.
그냥 그렇게 떠나오기엔
너무 아쉬워
일부러 아침 일찍 일어나
스태프 한 명과 함께
서둘러 해안도로를 따라 일주하기로 했다.
날씨는 시시각각 변했다.
가랑비가 내렸다가
장대비가 내렸다가
어느샌가 맑게 갰다.
빛 내림 현상이 장관이던 죽도,
쌍무지개가 드리웠던
깍새섬으로 불리는 관음도,
흡사 하롱베이를 닮은
촛대바위까지
차례차례 명소를 지나는데
기암괴석의 비경에 황홀감을 감출 수 없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지대,
나리분지에는 깊은 가을이 서려 있었다.
예배당에 들러
경건한 마음으로 죄 사함을 빌고
신령한 하늘 복을 내려주시라 기도했다.
북면을 거쳐 서면을 지나는 길에
투구바위와 거북바위를 다시 감상했다.
그렇게 약 2시간 반 만에
도동항 숙소로 돌아왔다.
나머지 일행까지 챙기고
덕분에 잘 지내다 간다며
펜션 사장님께 작별인사를 드렸다.
배 시간보다 일찍
차량을 선적하고
아점을 먹고 승선했다.
나는 인복이 참 많은가 보다.
울릉 주민분들과
합방을 하게 되었다.
서먹서먹한 느낌은
따스한 인사말 한 두 마디에
금세 사라졌다.
이것도 인연이라며
낚시로 잡은 울릉도산 숙성 횟감을
마구마구 썰어주신다.
울릉도의 현안과
사람 사는 이야기도
재미나게 풀어주신다.
나에게 있어서
취재는 곧 여행이고
여행은 곧 취재다.
늘 여행 같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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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회부에서 부산권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일기 쓰듯 매일 단상을 갈무리하고 또 나누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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