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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퉁이 돌 Nov 12. 2023

출렁

강원도의 힘 1

빨간 열차에 올랐다.

푸른 낙동강을 따라

금빛 대구에서 내렸다.

은빛 승용차로 갈아타

잿빛 고속도로를 달렸다.

도담삼봉이 그려진

단양팔경 휴게소에서

짧은 쉼표를 찍었다.

이윽고 다다른

원주.

잠시 여장을 풀고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소금산으로 향했다.

인파 속에 몸을 맡기니

눈과 입이 즐거웠다.

"출렁다리에 가기 전,

조금이라도 마셔야 한다"는

노오란 출렁주를 처음 맛보았다.

그렇게 초겨울 풍광의

산을 탔다.

다소 완만한 오르막길이 펼쳐지더니

어느새 깎아지른 듯 아찔한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이쪽과 저쪽을

곧게 이은,

하지만 몹시 출렁대는

그 생명선을 밟고 지나

또다시 나타난

또 다른 출렁다리를 마주했다.

비경과 어우러져

더욱 장엄했다.

해 질 녘과 가까웠던 터라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댔으나

발밑은 오히려 견고했다.

걸음을 옮기다 보니

이내 산기슭까지 내려왔다.

청정 산골에 취해 걷고 있는데

좋아라 하는 가수

'수와 진'의 버스킹을 볼 줄이야.

어둑해진 시간,

저녁자리로 이동했다.

일행 덕에

주인장께서 귀한 술을

특별히 내어주셨다.

고기는

붉게 핀 꽃송이처럼

화려하고 향긋했다.

주지육림을

경계해야 는데...


이런 호사를 감사해하며

소소하게나마 여흥을 즐겼다.

원주의 밤은 시리도록 차가웠고

동시에 눈물겹도록 사랑스러웠다.  


강원도의 힘!

다음 주말을 또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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