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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퉁이 돌 Jan 29. 2024

탄 냄비와 나르키소스

You've got it all set.

연차를 내고

아침 댓바람부터

부산에 댕기온 아자씨.


집 밖에서부터

냄새가 쌔하다.


문을 여는 순간

직감은 현실이 됐다.


밥을 태웠나?

누룽지를 태웠나?

찌개를 태웠나?


범인은 누굴까?


오늘 개학한 아들 녀석일까?

아님 또 어디론가

부리나케 나갔을 아내일까?


거실은 물론

이 방, 저 방 창문을

열어 제꼈다.


조금 풀리긴 했다만

날은 아직 겨울이다.


차가운 새 공기를 쐬가며

'쇠쑤세'로 빡빡 문땠다.


근데 새까만 밑바닥은

도통 답이 없어 보인다.


치밀기 시작한 분노.


어느새 절망감으로,

신세 한탄으로 이어진다.


검색창을 두드리니

사과와 레몬 껍질을 넣고

삶으면 좋단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만

오늘이 딱 그날이다.


그 많던 한라봉, 밀감 껍질은

대체 어데로 갔는가.


콜라를 부어도 좋다길래

할 수 없이 그랬다.


20~30분 씨름을 했지만

시간이 약은 약인가 보다.


평정을 되찾았다.


탄 냄비, 콜라 속에 비친

내 얼굴.


나르키소스!


그리고 이른 봄의 대명사,

수선화!


신화의 주인공처럼

멋쩍게 웃어본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火와 花는

한 끗 차이인 것을.


다시 노래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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