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에 상처가 갔을 땐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인다. 마음의 상처를 들키는 것이 두려워 괜찮은 척했다. 억지로 웃음 연습을 하며 가면을 썼다. 가면을 쓰고 괜찮은 척을 할수록 점점 마음이 아프기 시작한다.
중학생 때 한번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상담사에겐 내 속내를 다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는 내 보호자의 귀에 들리게 되었다. 난 그 사실에 충격을 먹고 마음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미성년자여서 보호자에게 전달된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난 이미 입을 닫고 주위에 내 속내를 말하지 않고, 가면을 썼다. 그게 참 슬프게 만들었다. 그래서 소리를 내어 도움을 청하는 건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난 그동안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억지로 문제를 풀려고 한 거다.
어릴 때 운세를 본 적이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니 인내해야 한다. 인내한 사람에게 복이 온다고 그런 운세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마음속으론 언젠가 해결되겠지 생각하지만 '그래서 언제쯤 괜찮아질까? 도대체 언제쯤인데?' 라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힘들어졌다.
누군가는 스스로 노력해야 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 이유는 노력만으론 부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택배를 예를 들자면 택배원이 차에 있는 상자들을 혼자서 옮기는 것보단 여러 명이서 나눠서 배송하는 게 빠르다.
물론 그들은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날 생각해 주고 걱정해 주는 것을 알지만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완전히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경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이의 이해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라면 바랄수록 실망하게 되는 순간 더 크게 다치게 된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순 없지만 공감할 순 있다. 직접 경험한 일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당사자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존재라서 생각이나 경험을 완벽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만큼은 함께 느낄 수 있기에 함께할 수 있다.
내가 조금만 손을 내밀기만 하면 그 손을 맞잡아줄 사람이 있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한다고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머리 싸매고 혼자 끙끙대면 인생에 도움이 될까? 하나도 도움 되지 않는다. 그냥 그럴 땐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