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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속 몸부림

프롤로그

by 고요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혼자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혼자인 게 당연하다고 믿었다.

누구나 그렇듯,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세상과 거리를 두며 스스로를 지켜내는 법을 배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물다섯, 처음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혼자인 게 싫다.
정확히 말하면, 집이 싫다.

그때 처음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이 영원 같은 침묵 속에서 누군가 나를 꺼내주길 바라왔다는 걸.
마음 깊은 곳에서 구원을 빌었지만,
정작 손길이 닿을 때면 나는 어김없이 스스로 밀어냈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렇게 나는 내 발로 침묵의 늪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나를 지켜주지만, 사실은 천천히 나를 삼켜가는 공간이었다.

침묵은 때때로 편안할 수도, 고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공허하고, 잔인할 만큼 외로울 수도 있다.
그게 바로 나의 공간이었고, 나의 삶이었다.

이제는 그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아니, 그 안에서 스스로 수영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이곳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나 자신을 살리는 것이다.

나는 ADHD를 겪고 있는 20대 중반의 여성이다.
매년 비슷한 시기,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그게 반복되며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생겼다.

나는 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탓하며 침묵의 늪에 오래 머물렀다.

그 시간들은 말로 설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글이 되었다.

이 글은 나를 살리기 위한 글이다.

스스로 이 끝없는 어둠 속을 헤쳐 나가기 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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