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5
몇 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받은 적이 있다. 책 선물을 처음 받아보는 거라 설레면서도 걱정됐다. 내용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지, 마음에 안 들면 어쩌지, 같은 생각이 순식간에 내 머리를 채웠다. 책은 작은 시집이었는데, 메모와 인덱스가 붙어 있었다. 이 시가 우리의 관계를 잘 설명해 주는 거 같다는 내용의 메모와 정말 우리를 꼭 닮은 시가 담겨있는 책. 그때 처음 알았다. 시 한 편이 긴 편지만큼, 어쩌면 그것보다 더 상대의 감정을 잘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쓴 시가 우리를 정의해 줄 수 있는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책 선물 하나로 이렇게나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 해도 상대가 공감하지 못하면 그 책은 그저 종이 묶음이 될 것이다. 반대로 상대의 취향만을 좇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이 담기지 않은 선물이 되어버린다. 이렇듯 책을 고른다는 건 곧 마음을 고르는 일이다. 한 장 한 장이 선물이자 편지가 된다. 서점의 수많은 책 중에서 단 한 권을 고르기까지의 시간과 정성과 마음이 담겨있는, 대충 고를 수 없는 그런 다정한 선물.
나도 가끔 친구들에게 책을 선물한다. 그럴 때면 늘 느낀다. 책은 받는 사람만 행복한 게 아니라, 주는 사람도 행복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한 번, 건넬 사람을 떠올리며 두 번, 전해주는 길 위에서 세 번.
혹시 누군가에게 마음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면, 책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