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새벽엔

by 구미어리

어둑한 새벽은 늘 나를 느슨하게 만든다.

아직 밤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지 못한 하늘과,

곧 아침이 올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하는 공기 사이에서

왜인지 마음은 가장 솔직해진다.


이 시간엔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세상은 고요히 잠들어 있고,

나만 깨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괜히 용기를 준다.

낮에는 끝내하지 못했던 말들이

새벽에는 용감하게도 막힘없이 문장으로 흘러나온다.

환한 볕에 모든 색들이 한 톤씩 밝아지면

끝내 당당했던 용기가 후회와 자책으로 얼룩질 걸 알면서도

왜 그리도 새벽을 찾아대는지..


아마도 어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일까?

내 안의 어두운 마음도

이 시간엔 숨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밝아질 필요도, 정리할 필요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러나 늘 미완성이다.

완성된 줄 알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썩 후련하지는 않다.

밤과 아침의 경계에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 머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와 참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완성되지 않은 마음으로

이 시간에 가장 잘 어울린다.


글이 잘 써지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아마도 새벽은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유일한 시간이라서일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고,

단정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 흐트러진 채로 있어도 괜찮은 시간.


어둑한 새벽에 쓰는 글은

언제나 나에게서 가장 멀리 도망가지 않은 문장들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해가 뜨기 전,

이 시간에 조용히 나를 불러본다.

구미어리는 새벽에 만들어지지만

구미편에게 보이는 건

빛이 시간을 밀어내는 듯한 오후 4시로 정했다.

나에게는 익숙한 시간이

구미편에게는 방해받고 싶지 않은

적막만이 흐르는 시간이 대부분일 테니.

누군가의 깊은 잠을 깨우는 것만큼

미안한 것도 없을 테니.


언젠가는

빛이 오래 머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겠지만

오늘도 난

여전히 어둑한 새벽에 글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