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

by 구미어리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원대한 사상이나 가치관이건

떠올리기엔 쉽지만 그 사랑을 지켜내는 데에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건

세상이 늘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걸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이다.


하루의 리듬이 달라진다.

잠에서 깨는 이유가 생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에 목적이 생긴다.

예전엔 내 하루만 챙기면 되었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하루를 함께 상상하게 된다.


사랑은 거창하지 않다.

문득 떠올라 메시지를 보내고,

냉장고 문을 열며 저녁을 고민하고,

어디를 가든 ‘여긴 함께 와도 괜찮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하는 일이다.

그 사소함들이 쌓여

나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 놓는다.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건

자주 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괜히 걱정이 많아지고,

혹시나 다칠까 마음이 먼저 조심스러워진다.

나 혼자일 때는 몰랐던 두려움들이

사랑과 함께 따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 두려움을 껴안게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랑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나를 더 사람답게 만든다.

참아내는 법을 배우게 하고,

기다리는 마음을 알게 하고,

무엇보다 내가 아닌 존재를

온전히 바라보게 만든다.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건

삶에 책임이 생겼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대단한 약속이 아니라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고 싶어지는 마음.

쉽게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게 되는 이유.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얻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하루를 건너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하루를 충분히 살아낸 기분이 된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무게감을 느끼며

그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맞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