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일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된다.
늘 막연하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채로
그저 시간을 건너가는 일 같았다.
오래 품어온 바람일수록
차라리 기대하지 않으려 애썼다.
괜히 마음만 먼저 달려가
상처 입고 돌아올까 봐.
어느 날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분명한 윤곽이 생겼다.
‘언젠가.. 언젠가는..’
흘려보내던 시간이
‘곧‘이라는 말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기다림에도 이름이 붙는다는 걸.
막연함에서 벗어난 순간,
더 이상 시간 낭비가 아니라
도착을 전제로 한 과정이 된다는 걸.
설렘은 조용히 찾아왔다.
크게 기뻐하지도,
쉽게 들뜨지도 못한 채
마음 한편에서만 오래 머물렀다.
혹시라도 이 감정을 먼저 인정하면
모든 게 무너질까 봐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부정하려 할수록
설렘은 더 선명해졌다.
나도 모르게 미래를 상상하고,
아직 오지 않은 장면들을
자꾸만 마음속에 배치해 본다.
아!
이건 기대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변화라는 걸.
기다림에 이름이 붙는 순간,
사람은 조금 단단해진다.
그동안 흘려보냈던 시간들이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비로소 스스로를 허락하게 된다.
아직 완전히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 문 앞에 바로 서 있다.
뒤돌아보면
참 많은 시간을 건너왔고,
앞을 보면
조금 낯설지만 분명한 내일이 있다.
오늘의 나는
‘기다림’을 더 이상
막연하게 부르지 않는다.
‘설렘’이라는 이름으로,
조심스럽게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