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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ㅁㅁㅁ Nov 26. 2022

애플워치 법칙

애플워치의 행방이 묘연하다.

어딘가에 있겠지.

어디에도 없더라도 타격이 없다.

그게 문제다.

아니,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처음이 아니다.


2020년 2월부터 8월 중순까지 애플워치를 쓰고 팔았다. 한 달 넘게 방치된 시계를 갖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 2021년 11월에 새로 또 샀다.


처음부터 없었다면 모를까, 있다 없으니까 괜히 더 간절해지는 이상한 심리. 언제부턴가 요가원에 가면 사람들 손목만 보이기 시작하더니, 애플워치가 무기력에서 벗어날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졌다.


"저것만 있으면 운동에 미칠 수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혔다가, 결정적으로 애플워치7 사전예약 마케팅에 넘어가서 나에게 주는 선물이랍시고 질렀다.


한동안은 확신이 적중한 듯했다. 아니 적중해야 해서, 자신에게 증명해 보이려고 더 매달렸다.


세 달 정도 지속됐다. 친구와 링 겨루기를 하면서부터 집착에 불이 붙었고, 무엇이든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내 상태가 마음에 들었다. 요가 두 타임도 모자라 아파트 헬스장을 등록했고, 주말은 등산과 배드민턴으로 꽉꽉 채웠다. 더 걸으려고 비효율적인 동선을 선호하기도 했다. 하루에 800-900칼로리의 기록이 내 하루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것 같았다. 애플워치가 삶의 동력이라며 만나는 사람마다 (나랑 링 겨루기 하자고) 추천하던 시절..


지금은 그때의 열정이 온데간데없다.

애플워치가 어딨는지도 모르겠다.


기록을 보니 마지막으로 차고 나갔던 게 11월 3일이다. 어딘가에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충전은커녕 찾은 적도 없으니 없어져도 할 말은 없다.


(코로나 격리 동안 활동링 달력에 공백이 생기고, 의욕이 팍 사그라들었다.)


한때는 손목이 그렇게 허전하고

남들 손목에 애플워치밖에 안 보이더니

이제는 자유로운 손목 상태가 좋아졌다.


그렇게 싱겁게 끝날 진심, 숱한 변심, 감정적 소비

마음을 가득 채웠다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없이 버려진 것들


애플워치 법칙 : 내 삶에 관통하는 법칙. 가지기 직전까지만 간절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 그런 존재가 많다.



뜻밖의 기회와 색다른 체험, 흥밋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언제든 다양한 자극으로 삶을 채워나갈 수 있다. (쇼핑, 주식, 연애, 악기, 드라마, 여행, 체험, 창작, 맛집, 수집, 영화, 클라이밍 등등)


삶은 타오르는 열정과 변덕, 한눈팔기의 반복.


그러니 '지금  순간의 목소리' 잠꼬대와 다를  없을지도 모른다. 간절히 꿈을 꾸지만, 그저 꿈에 불과한 한때의 허상. 꿈에서 깨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들. 잠깐 깨어났다가도 금방 잠들어버리는 인생.


잠과  중에 뭐가 나은 건지, 어떤 꿈이 좋은 건지 아무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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