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로 대화할 때
듣는 사람의 자리에 있다.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좋다.
그 이야기 속에 숨은 의도를 찾아내는 것도,
말할 때 드러나는 눈빛과 표정,
제스처를 보는 것도 즐겁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각자의 인생이 한 편의 장르소설처럼 느껴진다.
멜로, 스릴러, 재난, 성장물까지.
그러다 문득
내 인생을 돌아보면
왜 이렇게 설정이 과한지 …
사건은 많고, 플롯은 차고 넘치고,
반전에 반전까지 이어진다.
왜 내 삶이 피곤한가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는 장면마다 의미를 붙이고
서사를 만들어왔다.
모든 것을 사건으로 소비해버린 것이다.
사실은
그냥 장면 하나로 끝나도 됐을 텐데.
굳이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아도 됐을 텐데.
나는 이미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건너왔다.
이제는 너무 많은 서사를 붙이지 말자.
그래서
꼭 남기고 싶은 장면 하나만 남겨보자.
MSG를 팍팍 친 장르물 말고,
맑은 육수 같은
오래끓여서 깊어진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