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5시, 믹스커피 한잔의 기분

기어코 일어서는 마음

by 구슬통

​눈이 슬쩍 감기고 어깨와 허리가 묵직한

목요일 오후 5시.

쇼파 깊숙이 몸을 눕히고 싶지만,

기어이 일어나 종이컵 하나를 꺼내

노랑이 믹스커피를 뜯는다.

따뜻한 물은 종이컵의 절반까지.
​절반보다 적으면 너무 진해서 텁텁해지고,

더 많으면 밍밍해져서 입맛을 버린다.

딱 절반만큼만 태운 커피를 마신다.

입안은 쌉싸름하고 달콤한 커피로 가득 찬다.

꿀꺽꿀꺽 마셔버리고 싶지만

그러다간 목구멍이 남아나질 않는다.
​종이컵 절반의 커피를 절반만큼 마시고

쇼파에서 몸을 일으키다 다시 기대 앉는다.

이제 학원을 마치고 돌아올 아이들의 저녁을 챙기고, 샤워하고 침대에 누우면 딱 좋겠지만

나는 또 제2의 하루가 남았다.

나를 먹여 살리는 삶의 터전으로

또 한 번 내 몸을 태우며 나서야 한다.
​마음은 얼른 일어나 나가야 하는 걸 알지만

몸은 무겁다. 잠깐 휴대폰을 켰다.

그러다 카드값 명세서의 숫자를 보고선

정신이 번쩍 들어 '으이차' 하며 일어나

거울 앞에 선다.
​절반의 절반만큼 남은 식은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종이컵을 찌그러트린다.

비로소 몸에 힘이 들어간다.
​얼굴의 번들번들한 개기름을 파우더로 톡톡 눌러 잡고,

생기 있는 체리색 립스틱을 입술에 살짝 발라준 후

음파 음파 하고 다시 한번 거울을 본다.

병자 같던 얼굴에 다시 활기가 생겼다.
​그래, 나가자.
기어코 나가서 오늘도 나를 태워보자.
​하루가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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