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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l 30. 2023

두 얼굴의 캐나다

캐나다는 정말 평화롭다. 대자연과 대도시가 한데 어우러졌고 분명 같은 하늘임에도 한국보다 청명하고 새파랬다. 사람들은 기본으로 매너가 있고 친절했으며 미국과 다르게 총기 소지가 불가능해 갑작스러운 총격 사건의 불안에서도 안전했다. 이런 순한 맛 캐나다와 어울리지 않는 한 가지는 바로 마약이 가능한 나라라는 점이다. 20여 년 평생 한국에서 나고 자라 대마초 냄새를 맡아본 적 없고 아무도 이게 대마초 냄새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캐나다 땅을 밟자마자 본능으로 알았다.


아 이게 대마초 냄새구나!

이런 표현이 웃기지만 담배 냄새를 혐오하는 나는 대마초 냄새가 맡을만했다.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담배보다는 덜 독한 씁쓸한 풀냄새 같았다. 길거리에서는 원치 않아도 이 냄새를 하루에 수십 번 맡았다. 담배보다 오히려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을 보기 더 쉬웠고 너무 흔한 나머지 대마초 흡연자인 내 캐나다인 친구는 내게 본인의 대마초를 구경시켜 줬다. (다행히 체험을 하진 않았다.)

기숙사에 반입이 되다니!

심지어 대학교 정문에서 몇 걸음만 가면 프랜차이즈 대마초 가게가 있었다. 아무리 합법이라고 한다지만 학교 앞에 떡하니 있는 걸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순하디 순한 캐나다가 어떻게 마약은 합법인지 의문이 들었다.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캐나다는 어느새 내게 이런 이미지가 되었다.

나에게 캐나다란..



캐나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 달이 지나고 세 달이 지나고 점점 흐르며 이해했다. 왜 캐나다는 대마초가 합법인지, 합법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지 몸소 느꼈다. 캐나다는 boring heaven이라는 말이 딱 맞다. 평화로운 천국이지만 즐길 거리가 없고 지루해서 마약이라도 기호 식품이어야 하는 것이다.

매일 학교, 기숙사, 학교, 기숙사를 반복하다가 유난히 심심했던 날 캐나다인 친구를 따라 술집에 놀러 갔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종업원이 다가와 매장 문을 닫는다고 했다. 대도시인 토론토에서도 바와 술집이 밤 11시면 문을 닫는다. 클럽도 보통 새벽 2시까지만 운영한다. 전형적인 유흥시설도 꼭두새벽까지 운영을 하지 않다니 신기했다. CN 타워나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명소도 한번 가면 그만이고 우리나라처럼 투어를 할 만큼 콘셉트가 뚜렷하거나 신선한 맛집이나 카페도 드물다.

강렬한 재미는 없지만 담백한 지루함의 미학이 있는 캐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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