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정말 평화롭다. 대자연과 대도시가 한데 어우러졌고 분명 같은 하늘임에도 한국보다 청명하고 새파랬다. 사람들은 기본으로 매너가 있고 친절했으며 미국과 다르게 총기 소지가 불가능해 갑작스러운 총격 사건의 불안에서도 안전했다. 이런 순한 맛 캐나다와 어울리지 않는 한 가지는 바로 마약이 가능한 나라라는 점이다. 20여 년 평생 한국에서 나고 자라 대마초 냄새를 맡아본 적 없고 아무도 이게 대마초 냄새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캐나다 땅을 밟자마자 본능으로 알았다.
아 이게 대마초 냄새구나!
이런 표현이 웃기지만 담배 냄새를 혐오하는 나는 대마초 냄새가 맡을만했다.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담배보다는 덜 독한 씁쓸한 풀냄새 같았다. 길거리에서는 원치 않아도 이 냄새를 하루에 수십 번 맡았다. 담배보다 오히려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을 보기 더 쉬웠고 너무 흔한 나머지 대마초 흡연자인 내 캐나다인 친구는 내게 본인의 대마초를 구경시켜 줬다. (다행히 체험을 하진 않았다.)
기숙사에 반입이 되다니!
심지어 대학교 정문에서 몇 걸음만 가면 프랜차이즈 대마초 가게가 있었다. 아무리 합법이라고 한다지만 학교 앞에 떡하니 있는 걸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순하디 순한 캐나다가 어떻게 마약은 합법인지 의문이 들었다.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를 보이는 캐나다는 어느새 내게 이런 이미지가 되었다.
나에게 캐나다란..
캐나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한 달이 지나고 세 달이 지나고 점점 흐르며 이해했다. 왜 캐나다는 대마초가 합법인지, 합법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지 몸소 느꼈다. 캐나다는 boring heaven이라는 말이 딱 맞다. 평화로운 천국이지만 즐길 거리가 없고 지루해서 마약이라도 기호 식품이어야 하는 것이다.
매일 학교, 기숙사, 학교, 기숙사를 반복하다가 유난히 심심했던 날 캐나다인 친구를 따라 술집에 놀러 갔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종업원이 다가와 매장 문을 닫는다고 했다. 대도시인 토론토에서도 바와 술집이 밤 11시면 문을 닫는다. 클럽도 보통 새벽 2시까지만 운영한다. 전형적인 유흥시설도 꼭두새벽까지 운영을 하지 않다니 신기했다.CN 타워나 나이아가라 폭포 같은 명소도 한번 가면 그만이고 우리나라처럼 투어를 할 만큼 콘셉트가 뚜렷하거나 신선한 맛집이나 카페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