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하게 보고 시작했지만
만만하게 보이긴 싫었던 트레이너 시절.
회원님들은 나만 믿기로 약속했고,
나는 '돈 값'해야 하니까 몸을 바꿔줘야 했다.
운동은 괜찮았다.
눈앞에서 함께 뛰고 들고 자세 잡아주면 됐으니까.
하지만 식단은?
"회원님, 어젯밤에 저녁 식단 사진 안 보내고 뭐 드셨어요?"
분명 웃으면서 여쭤봤는데, 회원님은 눈을 못 마주치신다.
“갑자기 회식이 잡혀서…” 아니면
"남자친구가 치킨을 사 오지 뭐예요...” 뻔하다.
내가 집으로 찾아가서 밥상 엎겠다고 협박하는 것도
이젠 그냥 인사치레지 뭐
한동안은 내가 짜준 식단표를 들고
회원님이 잘 따라주기만을 바랐다.
탄단지, 기초대사량, 유지칼로리
‘그냥 이대로만 먹으면 살 빠지는데…’
3일이 뭐야 3끼니를 못 넘긴다. 진짜로.
근데 진짜 웃기지도 않는 건
내가 비포 애프터를 공장처럼 찍어내기 시작한 시기가
회원님들 식단을 내려놓기 시작한 때였다는 거다.
그냥 이렇게 말했다.
"드시고 싶은 대로 드세요. 대신! 조금만 드세요..^^"
피자요? 드세요.
치킨이요? 드세요.
술은... 진짜 밥상 엎는다.
내가 바꾼 건 단 하나.
'평생 할 수 있는 식단, 혼자서도 관리할 수 있도록.'
어느 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회원님이 물었다.
“쌤은 왜 닭가슴살 고구마 야채 먹으라고 안 하세요?”
내 대답은 길지도 않다.
“먹으라 해도 안 드시잖아요. 그리고, 지금도 살 잘 빠지고 있는데 굳이 왜요?”
“직장 동료들이 계속 뭐라고 해요. PT 받는데 이런 거 먹어도 되냐고 맨날 물어봐요.”
“그런 거요? 먹어도 돼요. 많이가 안 되는 거지.”
그리고 회원님은 웃으며 말했다.
“근데 쌤, 저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운동하니까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운동할 때도 막 에너지 넘치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만 웃었다.
“그럼 이제 조용히 하고, 스쿼트 들어가요.”
남의 몸무게가 줄고 있는 게 이렇게까지 행복한 일일까 표정까지 밝아진 게 더 고마웠다.
근데 아직도 효소, 다이어트 알약..? 그건 진짜 모르겠다.
뜯어말려도 안 듣는다. 그럴 돈 있으면 그냥 나를 주지
하기야, 우리 엄마도 다이어트 한약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