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면서요.

by 범트


나는 어디 사람일까.

그 질문이 가끔, 남들보다 오래 머문다.


인천에서 태어나 부천에서 초등학교를,

서울에서 중학교를, 안성에서 고등학교를,

그리고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고 여전히 그 쯤에서 혼자 살고 있다.


회원님들과의 첫 수업 때면 꼭 묻는다.

“회원님, 원래 대전분이세요?”


정답의 확률은 거의 반반.

여기 대전은, 그런 곳이다.


전국 각지에서 흘러온 사람들의 ‘잠깐’이 모여 사는

일종의 만남의 광장 같은


그래도 내가 이곳저곳에서 살아온 덕분에

회원님들과 지연은 조금씩 엮어낼 수 있다.


“경상도요? 저 해군나왔어요.”

“강원도요? 동강 래프팅 강사 출신입니다.”


이제 전라도랑 제주도만 정복하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회원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늘 되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쌤은 어디 사람이세요?”


짧은 휴식 시간.

금세 운동으로 넘어가야 하기에

나는 나의 학창 시절을 짧게 읊는다.


"사실 저도 제가 어디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어디 사람일까요?"


그리고 바로 운동 1세트.

회원님은 묵묵히 땀을 흘린다.


나는 토박이가 부럽다.

“어릴 때부터 같이 컸다”는 그 말이

나에겐 너무 낯설다.


고향도, 단짝도 없다.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진 그들의 원 안으로

불쑥 들어가는 건 '나'라서 못하는게 아니다.


그래서 명절에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 않는다.

그냥 운동을 한다.

일부로 불도 다 켜지 않고, 나는 있지도 않은 고향을 잊는다.


“회원님! 힘드신가요?”


“처음 헬스라는 걸 제대로 하니,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참 힘드네요.”


회원님의 이마엔 몇 년 만의 운동으로 흐른 땀이 맺혀 있다.

그런데 힘들다는 그들은 왜 웃고 있을까?


나는 처음이 늘 어렵고 막막했다.

‘처음’이라는 단어엔 늘 눈치와 외로움이 따라왔다.


그런데 그들은 웃는다.

그럼 됐다.

내 회원님의 시작이 즐거운 거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게 두렵다.


첫날, 첫도전, 첫사랑

그런 기억들에 좋은 추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지금도, 겁이 난 걸 숨긴채.

나는, 익숙한 것 속에서 나를 겨우 붙잡고 있는 중이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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