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바디는 아무 잘못 없다니깐?

by 범트


인바디.

조금 어렵게 말하면 '체성분 분석기'

조금 쉽게 말하면 몸무게, 근육, 체지방을 숫자로 알려주는 기계.


처음 상담할 때,

나는 이 숫자들을 근거 삼아 전문적인 사람임을 말한다.


수업이 진행되면,

나는 이 숫자들을 기준 삼아 변화를 말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몸을 마치 꿰뚫어 보는 능력이라도 생긴 듯한 착각이 든다.

사실은, 그냥 숫자일 뿐인데.


인바디 앞에서 당당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도망가는 사람도 없지만.


대부분은, "어우..그래도 좀 빠졌네"라며 안도의 한숨을 잠깐 내쉬다가도

곧이어 "근데 이게 다인가..?" 하는 눈빛으로 바닥을 바라본다.


나는 그 눈빛을 보고 그 순간의 대사를 고른다.


마치 다그치듯,

"몸은 솔직해요. 가슴에 손을 얹고... 열심히 했어요?"


아니면 다정하게,

"괜찮아! 다음엔 분명히 더 좋아질 거예요. 다시 해보자!"


그런데, 나는 알고 있다.

인바디는 '정답'이 아니다.


그리고 회원님도 안다.

그 숫자보다도 중요한 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라는 걸.


그럼에도 우리는 확인하고 싶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누군가의 객관적인 눈이 필요하니까.


어느 날 회원님이 물었다.

"살은 빠진 것 같은데.. 인바디는 왜 그대로예요?"

억울한 눈빛이었다.


나는 말했다.

"그 느낌이 맞을 거에요. 인바디는 때때로 틀립니다."

딱히 위로해주려고 했던 말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내 말로 회원님의 표정이 바뀌진 않는다.

그리고 나도 안다. 나 또한 종종 내 인바디 결과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니.

'이깟게 뭘 알아. 요즘 분명 몸이 더 좋아지고 있는데. 역시 인바디는 믿을게 못돼.'


그러면서도 또 열흘에 한번,

그러니 한 달에 세 번쯤 그 위로 선다.

조금은 기대를 품고 말이다.


문득, 생각한다.

인생 인바디라는 게 있다면 어떨까?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내 인생은 몇 점짜리인지

숫자와 그래프로 딱 말해주는 기계.


아마,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면

'성공'이라는 말이 선명하게 찍히겠지.


하지만 아직 도전 중인 사람은?

성공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인데도,

'실패'라고 말해버리지 않을까?


왜냐면 인바디는 결과만 측정하니까.

가능성은 측정하지 못하니까.


지금은 초라해 보이지만

사실 올바른 방향으로 걷고 있는 사람조차

그 숫자 앞에서는 자신을 의심하겠지.


그렇다.

인바디는 그런 것이다.


냉정하지만 잔인하진 않다.


그래서

인바디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 숫자를 보고, 그 결과 하나만 믿고,

스스로를 포기한 건 인바디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살아보자.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진

나중에 알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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