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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유 Feb 09. 2023

파리 피플과

 Ratatouille OST ‘Le Festin’ https://youtu.be/beamS4GZ5T8

 (클릭하면 아름다운 불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아래의 글이 그나마 읽을만해지는 마법을 경험해보세요!)




 따사로운 햇살이었다. 싱그러운 바람이었다. 푸르른 하늘이었다. 하나같이 그렇게 눈부신 가을이었다.



  루브르 박물관 근처를 지날 때였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잠시 멈춰 서서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무지갯빛 비눗방울이 흩날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비눗방울이 두둥실 하고 춤을 출 때마다 너나 할 거 없이 웃음꽃을 피우며 비눗방울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기 바빴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어느 여성이 끊임없이 비눗방울을 만들며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물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이들을 향한 순수한 마음이 따사로웠다.



  이름 모를 어느 다리 옆을 지날 때였다. 몸을 절로 들썩이게 하는 리듬감 있는 선율이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흥이 넘치는 음악은 세이렌의 노랫소리와 다름없어서 몸을 결박할 돛대가 없는 나로서는 그 유혹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둠칫둠칫 리듬에 몸을 맡기며 다가간 곳엔 자신보다 더 큰 더블베이스를 능숙하게 다루는 멋진 연주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베레모 아래에 피어난 구름을 닮은 새하얀 머리칼과 수염이, 반짝거리는 가죽 재킷이 어찌나 멋지던지 아니 그런  것들을 떠나 춤을 추듯 연주하는 모습이 어찌나 감탄스럽던지, 아니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반주에 노래를 부르는데 아니 이봐요 당신, 아니 어르신! 이토록 싱그러운 목소리라니요?


  일정 중 하루는 워킹투어를 하기로 했다. 현지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며 지낸 한인 가이드님과 함께였다. 급하게 예약하는 바람에 일정 후반에서야 하는 투어였다. 이미 예정되었던 투어 코스 중 80% 이상은 이미 내가 걸었던 곳이었지만 가이드님의 설명과 함께 다시 걸어도 더 좋을 거 같아 기대되었다. 오전 10시 약속한 장소에서 가이드님과 만났다. 일대일로 진행되는 워킹투어이다 보니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파리로 여행을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게 되었고 예상치 못한 펜데믹으로 휴직하게 된 이야기도 하게 됐다. 가이드님도 펜데믹으로 다시 직장에 들어가 일했던 이야기, 어쩌다 파리에 오게 됐고 정착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주셨다. 투어는 내가 이미 대부분 갔던 곳을 또 가는 것을 피하고 현지 로컬들만 가는 숨겨진 장소들을 찾아다녔다. 보물찾기 같은 투어였다. 고맙게도 사진을 엄청 많이 찍어주셨다. 혼자 하는 여행의 작은 단점은 내가 나온 사진이 없다는 것인데 그 작은 부족을 차고 넘치게 채워주셨다. 무엇보다 고마웠던 건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앞으로는 정말 잘 될 거란 말이었다. 그 말이 정말 큰 응원과 용기가 되었다. 파랗고 파아란 하늘색의 말이었다. 보물찾기 투어의 1등 보물은 알고 보니 가이드님이었다.



따뜻한 미소를 지닌 베이킹클래스 선생님을 기억한다. 크로아상 수업을 함께 듣던 미국, 브라질, 쿠웨이트에서 온 친구들의 맑은 모습을 떠올려본다.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소 불고기를 종종 해 먹곤 한다며 친절히 안내해 주던 에어비앤비 주인의 다정함을 생각한다. 파리에 여행을 간다고 하니 멀리 빈에서 나를 찾아온 절친한 동생은 또 어떠한가? 그 밖에 파리에서 만난 파리 피플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니 마음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은 양 말랑거린다. 싱그러운 바람이 부는 것 같아 상쾌해진다. 푸르른 하늘을 만난 것처럼 맑아진다.



  파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눈부신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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