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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유 Oct 27. 2023

사장님 아무리 반가워도 뽀뽀는 아니잖아요?


  처음이었다.


  내 입술을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빼앗겨 버린 건 내가 머리털이 난 뒤로 처음이었다. 그것도 아내가 보는 앞에서 당한 일이라 난감하기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어머머머머머머, 사장님 아무리 반가워도 뽀뽀는 아니잖아요???"


  내 결백을 주장하려는 듯 약간의 오바를 더해 고개를 도리도리 좌우로 휘저었지만 눈치 빠른 아내는 우리 사이가 보통이 아님을 간파한 듯했다. '퇼 커피'를 들락날락거린 지 수개월이 지났으니 밀리 사장님과 나는 만나면 반갑다고 꼬리 치는 사이가 된 지는 오래였으나 이처럼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아내 외엔 입술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 자로서 밀리 사장님의 기습뽀뽀는 퍽이나 당황스럽고 난처한 데다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렇게 단골손님이라는 인증을 받았다.   


  주말에만 여는 카페 '퇼 커피'에서 단골손님을 알아보는 건 숨쉬기 운동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밀리 사장님의 반응만 살피면 되니까. 당신이 밀리 사장님의 뽀뽀를 받는다면 단골손님이라는 뜻이다. 사장님과 뽀뽀하는 사이가 되었다면 당신이 받게 될 특급 대우가 여기 있다. 그것은 바로 밀리 사장님의 특급 환영이다. 카페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카페 문 앞에 나와있던 밀리 사장님과 눈을 마주친다면 당신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신발을 신는 것도 잊은 채 맨발로 뛰쳐나와 빛의 속도로 달려드는 밀리사장님의 격한 환영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꼬리까지 세차게 흔드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온몸을 내던지며 포옹을 유도하고선 결국엔 당신의 입술을 훔칠게 분명하다. 혹시나 구취가 걱정된다면 카페에 가기 전에 양치질은 필수라 할만하다. 밀리 사장님은 후각이 뛰어난 편이니까.


단골 손님의 입술을 호시탐탐 노리는 밀리 사장님


  일단 밀리 사장님의 격한 환영에 마음이 녹았다면 다음은 당신의 입맛을 살살 녹일 차례가 되었다는 뜻이다. 맛나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영국 전통의 디저트 '이튼매스'를 주문해 보자. 카페 직원이 직접 영국 심장부 런던에 가서 배워왔다고 해도 껌뻑 속을 만큼의 엄청난 정성이 작은 유리컵 안에 다소곳이 담겨있다.   


  이튼매스는 칵테일 잔처럼 생긴 유리컵에 담겨 나오는데 제일 밑에는 달달하고 밀도 있는 크림을 깔아주고 그 위에는 과일잼을 둘러준 다음 바삭한 그래놀라를 덮어주고 그 위에 작고 앙증맞은 머랭쿠키를 흩뿌린다. 그 위에 다시 한번 하얗고 달달한 크림을 솜이불처럼 덮은 다음 제철과일을 멋스럽게 토핑 한 것이 바로바로 이튼매스 되시겠다.


  처음엔 과일과 크림을 함께 스푼에 떠서 입 안에 살포시 넣어 보자. 과일 본연의 달달함과 신선함이 물씬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달달한 크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다음으로는 스푼을 바닥 끝까지 깊이 넣어 과일과 크림과 머랭쿠키와 그래놀라와 과일잼을 동시에 떠서 입 안에 털어 넣어보자. 아까의 그 맛에 더해 달달한 머랭쿠키의 아삭한 식감과 영양 가득 그래놀라의 바삭함이 당신의 입 안에서 탭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방심했다간 카페에서 나도 모르게 탭댄스를 추게 될지 모르니 늘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하자.


  스우파에 빠져 댄스를 한 번 배우고 싶어 졌다면 퇼 커피에서 이튼매스를 먹어보자. 나도 모르게 댄싱머신이 되어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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