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인석 chris Jan 01. 2018

'17년도 회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가 밝았다. 새해 첫날, 더 늦기 전에 작년 한 해를 돌아보려고 한다.


17년도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벤트부터 하나씩 나열해보자.


또 한 번의 도전, 이직

지난 10월, 글로벌 오픈소스 검색엔진 회사인 엘라스틱(elastic.co) 엔지니어링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 십수 년간 국내의 전형적인 대기업에서 일을 해온 나에게 마운틴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에 입사를 하는 것은 많은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게다가 롤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롤은 잘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사용자들이 잘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17년 12월 Elastic{ON} Tour Seoul의 AMA 부스에서 팀 동료들과 함께


실은 이 부분에서 갈등이 많았다. '개발자'에서 '기술지원' 엔지니어가 되는 것은 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혹시라도 해당 업무가 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을 주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또 국내 정서상 외국계 회사의 '기술 지원'에 대한 인식이 정확히 어떤지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2개월 정도 지나면서 느껴보니 대부분의 우려들은 모두 기우였다.


나는 지난 대부분의 시간을 소프트웨어 제품 만드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주니어 개발자로 시작했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소프트웨어 제품의 기술 표준을 정하고 개발 환경을 셋업하고 애자일 기반의 문화를 추구하면서 전반적인 개발 작업에 직접 참여하였다. 지금도 좋은 소스 코드를 작성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마지막 직장에서는 제품 기획과 관련된 일들도 참여하였다. 해보니 이런 방식으로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


하지만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 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다. 소프트웨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굉장히 다양한 활동들로 채워져 있다. 단순히 '개발'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7년 넘게 근무한 SI 업체에서 프로젝트 킥오프부터 분석, 설계, 개발, 테스트, 배포의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했다면, 이후에 발전플랜트를 주 사업으로 하는 중공업사에서는 위 과정을 포함하여 앞 단의 제품 기획 및 프로젝트 리딩과 관련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잘 만들어진 제품을 잘 사용하게 하기 위한 '운영' 관련된 업무에 깊이 관여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프라 운영과 같은 기술적인 영역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은 그 영역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관리자'가 아니라 '엔지니어'로 남고 싶었다.


오히려 고객 입장에서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용하던 경험을 제품에 녹여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속한 조직은 엔지니어링팀 산하의 Customer Care 다. 그리고 정말로 핫한 오픈소스 기반의 제품에 깊이 기여하고 싶었다. 우리 회사에서 고객을 대변한 Real Voice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 바로 내가 속한 조직인 것이다. 게다가 엘라스틱의 '기술 지원(Support)'은 특별하다. 저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혹시 왜 엘라스틱의 '기술 지원'이 특별한지 알고 싶다면 아래 글을 읽어 보기 바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료이자 우리 팀의 대장인 Marty의 글이다.

https://www.elastic.co/blog/elastic-support-speaking-code-and-human



나도 이제 디지털 노마드

우리 회사의 직원은 현재 700명 정도이며 전 세계 35개국 이상의 나라에 흩어져있다. 그래서 Distributed Company라고 부른다. 나는 국내 7번째 직원이며 조만간 1명이 추가되면서 8명이 될 예정이다. 전체 인력 중 스태프나 세일즈 관련 인력들은 몇 개 도시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인력은 '홈 오피스'에서 근무한다.


오래전부터 디지털 노마드 생활에 궁금한 점이 많았다. 단순히 출퇴근 시간을 줄여 준다는 것을 떠나서, 대부분의 회사 인력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에서의 업무가 궁금했다. 채용 과정부터 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문화라던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비밀, 그 과정에서도 자유로운 Work & Life 발란스를 맞춰가는 과정들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기회가 드디어 온 것이다. :)


입사가 확정되고, 거의 창고처럼 쓰던 골방 하나를 치우기 시작했다. 쓰지 않는 물건들은 다 버렸고, 결혼한 지 10년 만에 내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내 사무실로 활용 중이다. 대부분의 업무는 이 곳에서 보고, 외부에 행사가 있으면 가끔 나가기 시작했다. 2개월 조금 넘었지만 출퇴근 시간에 버리는 시간과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던 거였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게다가 집이 용인에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서 3시간 이상의 시간을 십수 년간 소모하고 있었다.

필자의 홈 오피스

그리고 지금까지 경험한 많은 것들이 모두 새로운 것이었다. 기존 회사에서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외치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도구를 제공했던 것들이 모두 다 적용이 되어 있었다. 조직의 구성이라던지, 의사 결정 과정, 완전히 수평한 조직 구조와 커뮤니케이션 방법, 그 속에서도 발휘되는 강한 리더십 등.. 배울 것이 천지다. 그리고 요즘 매일매일 느끼고 있다. 내가 정말 원했던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난 14년간 어떻게 일을 해 왔는지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일과 삶의 영역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게 오히려 일을 덜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반대다. 일을 훨씬 많이 하게 된다. 예전 직장에서는 사무실에 출근해서 퇴근하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침대 위건 식탁 위건 아이들과 거실에서 놀고 있을 때도 계속 짬을 내서 일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특히 글로벌 회사이다 보니, 내가 자고 있는 시간에 많은 회의와 일들이 진행되고 대화가 오고 간다. 실제로 해당 시간에 반드시 참석하는 회의도 있기 때문에 시간 관리를 무척 잘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업무는 본인이 판단하여 일을 진행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동료도 있고 매니저도 있고 어떤 것이든 물어보라고 하지만 모든 일을 물어가면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스케줄링을 하고 동기 부여 역시 스스로 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어떤 사람에게는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을 듯싶다.


그리고 아무래도 밖에 나가는 기회가 줄어드니 바로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지금 몸무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몸무게를 갱신하고 말았다. 그 짧은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니 출퇴근을 하면서 꽤 많은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만간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와이프가 거짓말하지 말라는... 실은 우리 집 뒤는 광교산이다. 언제든지 산을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나 지금까지 제대로 올라가 보지 못했다. 올해는 건강을 위해서 시간을 더 잘 활용해야겠다.

베란다 제 2의 작업 공간


두 번의 개발자 콘퍼런스 발표

올해는 꼭 잘 알려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싶었다. 그것도 회사의 업무가 아니라 순수 나눔을 목적으로 말이다. 다행히 KSUG(한국 스프링 사용자 그룹)에서 운영하는 스프링캠프에서 필자가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애자일 및 린 기반 개발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었고,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해당 발표에 관심을 가졌던 여러 회사(우아한 형제들, 카카오, 오마이트립, 네이버)에서 앵콜 강연을 요청하였고, 분량을 늘려서 강연을 하였다. 귀한 경험이었고,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잘 알려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나눌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무척 기뻤다. 이 과정에서 페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러 개발자 연예인분들과 알게 되었고, 서로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얻게 되었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가장 값진 결과가 아녔을까 싶다.


두 번째 발표는 조금 더 원초적인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시도한 발표였다. 바로 파이콘 코리아 2017에서 파이썬과 자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올린 후기로 대체하겠다. 이 또한 나에게 파이썬 커뮤니티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하나의 값진 활동이 아니었나 싶다.


프로그래밍 입문서 출간

의 4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작년에 파이썬 프로그래밍 입문서를 출간하고 1년 정도 지나고 나서 조금 다른 독자층을 겨냥한 파이썬 책 집필에 대한 의뢰가 들어왔다. 작년에 출간한 파이썬 책은 말 그대로 파이썬 프로그래밍 입문자를 위해 만든 책이다. 쉽게 쓰려고 노력했고, 실무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라이브러리나 활용법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파이썬을 처음 시작하지만 곧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책은 독자 타깃을 조금 더 범용적인 대상으로 바꿔보았다. 개발자는 아니지만 프로그래밍을 배워보고 싶어 하는 비전공자 대학생들이 주요 타깃이다. 그러다 보니 파이썬에 대한 지식을 쌓기보다는 프로그래밍 기초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였지만, 프로그래밍 언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실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식들과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관심을 끌어줄 수 있는 내용들을 채워 넣었다. 대학교 교재 형식으로 프레임을 잡았고, 각 챕터마다 연습문제나 실습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설계하였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56643777&orderClick=LAG&Kc=


솔직히 이번에 집필할 책을 선정하기 전에는 기술적으로 깊이가 어느 정도 있는 책을 작성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프로그래밍 자체에 관심이 많은 요즘, 내 책을 통해서 프로그래밍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분들이 많다면 그 또한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열심히 작업하였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5년 만의 밴드 공연

음.. 이 걸 쓸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작년에 제일 큰 이벤트라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대학 시절 음악 동아리 생활을 했었는데 그 뒤로 밴드 생활을 오랫동안 접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학 동기 녀석이 3년간 참여했던 밴드의 드럼이 공석이 되었고, 나에게 부탁을 하였다. 이직을 고민하던 차라 머리가 무척 복잡한 시기였는데, 무언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것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합주실이 집에서 거리가 꽤 멀었지만 지난 8월부터 꾸준히 매주 한 번씩 합주를 하기 시작했고, 12월의 정기 공연에 오프닝 밴드로 공연을 진행했다.

12월 직장인 밴드 정기 공연


정말 오랜만에 스틱을 잡았지만, 곡을 듣고 합주를 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연습을 오래 하지 않았더니 가장 기본적인 '박자'가 고르지 않아서 애를 많이 먹었다. 속도가 일정하지 않거나, 생각보다 빠르거나 혹은 느린 것이다. 합주곡이 정해지고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니 모든 곡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가긴 했다.


나는 예전부터 밴드에서 공연하는 것이 소프트웨어를 팀 단위로 개발하는 것과 무척 닮았다고 생각한다. 누구 하나 너무 튀어서도 안되지만, 누구 하나 실력이 너무 부족하면 좋은 합주를 할 수 없다. 그리고 각자 영역에서 다른 멤버들이 내는 소리를 잘 듣고 조화를 이루어야 듣기 좋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통해서 또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꾸준히 갈고닦지 않으면 대충 연주 흉내는 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본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내년에 더욱 기대가 된다. 그리고 취미 생활 하나쯤은 꼭 유지해야겠다. 앞으로도 쭉~


마무리

이외에도 다양한 일들이 있었으나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최근 들어 심경 변화도 많고 여러 가지 제약 사항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글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이자 지원군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이 글도 쓰고 있나 보다. :)


작년 한 해 동안 이직을 준비하면서 고민하고 있었던 것들이나 경험한 것들이 많다. 이런 것들이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필자에게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기 바란다. 다음 글감을 선택할 때 최대한 반영해 보겠다 :)


올해 '18년도는 아마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이 드디어 실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꼭 성공할 것이다.


올해 나는 또 한 발자국 나아갈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하여..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