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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석 chris Jan 02. 2020

'19년도 회고

또 한 번의 성찰

시작하면서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2017년, 2018년 회고글에 이어서, 2019년을 돌아본다.


회고글은 막상 작성할 때 잘 느끼지 못하지만, 

한 해가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내가 스스로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소스이다. 

그래서 최근에 브런치에 글을 잘 쓰지 못하고 있지만, 최소한 회고글은 앞으로도 꾸준히 작성하려고 한다.


2019년은 개인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한해고, 그 어느 때보다 다음 해가 기대가 되는 전환점을 안겨주었다.


엘라스틱과 보낸 2년, 그리고 배운 점

2017년 10월 엘라스틱에 시니어 서포트 엔지니어로 합류하고, 벌써 26개월이 지나고 있다.

입사 당시에 650명 정도의 인원이었는데, 현재 1,900 명 정도가 되었고, 곧 2,000명이 넘을 것이다.

좋은 오픈소스 제품으로 무장한 글로벌 스타트업 업체에 입사하여, IPO를 거쳐 상장회사가 되고, 점점 몸집이 커지면서 부딪치는 여러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여정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은 정말 귀한 경험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보면 짧을 수도 있지만, 나의 지난 십수 년의 국내 대기업 위주의 직장 생활을 돌이켜보면, 이렇게 꾸준히 빠른 속도로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겪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 2년 동안 느낀 점 몇 가지를 적어 보자.


1) 주어진 `일` 혹은 `역할`이라는 것은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한국 회사에서 과, 차장급에서 시니어 서포트 엔지니어로 이직을 한 나에게 가장 적응하기 어려우면서도 편했던 것이 이 부분이다. 보통, 한국 회사에서는 선배나 팀장이 해야 할 법한 일을 일개 사원이 별도의 지시 없이 수행하면 문제가 생긴다. 일을 하기 전에 해도 되냐고 물으면 보통 거부를 당한다. 그냥 시킨 일만 잘했으면 하는 게 보통 조직의 입장이다. (참고로, 나는 국내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경험은 없기 때문에, 이 경험을 한국 회사의 보편적인 상황이라고 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많다.)


하지만, 엘라스틱에서는 개인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직급에 따라 하는 일을 다르게 분배하거나, 범위를 미리 정하는 행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입사를 하면, 그 개인은 본인이 하는 일에 권한을 모두 부여받고,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본인 생각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그냥 하면 된다. 그 일이 더 높은 직급의 엔지니어가 하는 일이더라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수행할 수 있다. 대부분 업무 관련 지식은 모두 공유가 되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도 찾아서 하면 되고, 못 찾으면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다.


2) 진급은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어필해야 한다.

따라서, 진급하는 부분도 내가 예전에 경험했던 방식 하고는 무척 다르다.

예전 직장에서는 정량적인 수치로 `근무 평점(인사고과)`을 매긴다. 이 점수는 다음 해의 연봉을 결정할 때 반영되며, 진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마,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면, 대부분 사원들은 본인이 한 해 동안 무슨 일을 잘했는지 정리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보낼 것이며, 관리자들도 매년 이를 평가하여 점수를 정해야 한다. 이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엘라스틱에서는 본인이 진급을 하고 싶다면, 본인 직급보다 높은 직급의 업무를 `먼저` 수행하고, 이를 담당 매니저에게 어필해야 한다. 그런 노력과 성과가 눈에 보이면, 그 친구는 진급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진급시켜주겠지 하고, 하던 일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진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 모든 일은 자원(volunteer)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렇다 보니, 긴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기거나, 새로운 업무 혹은 프로젝트가 생기면, 전체 팀원에게 공유하고 자원자를 찾는다. 특정 엔지니어에게 일을 할당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자원한 엔지니어의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 부족한 역량은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붙여주는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생각해보자. 상부에서 추가된 일을 시켜서 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손들고 하는 것의 업무 생산성 및 품질,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과를 보지 않아도 답은 뻔하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엔지니어들의 활력은 정말 대단하다. 만약, 이 방식을 일반적인 한국 회사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 하는 일도 바빠 죽겠는데, 추가된 일을 손까지 들면서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찍어 내려온 일을 하는 상황을 나는 너무나도 자주 봐왔다.


애자일 책에서나 보던 Self Motivated라는 글자의 의미를 확실하게 깨달았고, 이런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이런 회사의 업무 방식은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고, 전 직장 생활과는 확연히 다른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주고, 내가 내고 싶은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는 이 곳. 다양성을 존중하는 엘라스틱의 소스 코드는 나에게 정말 잘 맞는다.

엘라스틱 소스 코드 중 (출처: https://www.elastic.co/kr/about/our-source-code)


새로 받은 역할, 솔루션 테크 리드(Solution Tech Lead)

우리 서포트 팀은 내가 입사할 당시에 50명 정도의 규모였지만, 현재 130명 정도로 커졌다. 전 세계의 타임존을 24시간 커버하고 있으며, 15개국에 모두 흩어져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제품 수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엘라스틱 스택을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 하나둘씩 추가가 되고, 여러 회사를 인수하면서 다뤄야 할 기술들이 다양해졌다. 그래서 팀은 팀 내에 엘라스틱 스택이나 클라우드, 솔루션 영역의 신규 기술을 먼저 학습하고, 팀원에게 전파하면서 도와주는 업무를 수행하는 `테크 리드` 역할을 추가하였다. 테크 리드 역시 전체 시간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미주/유럽/아시아 3 리전의 각 3 명씩 배치하기로 결정하고 자원자를 찾았다. 


나는 전 직장에서 여러 차례 작은 개발팀을 이끌고 제품을 개발했었다. 이직 당시 많은 회사들이 나에게 관리자 역할을 제안하였지만, 엘라스틱으로 합류한 이유는 개인 스스로 기여할 수 있는(individual contributor) 엔지니어로 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개인 기여자가 되다 보니, 기술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이 역할이 소개가 되었고, 긴 휴가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하였으며, 운 좋게도 선발되었다. 


현재, 나는 기존에 진행하던 기술 지원 업무와 아시아 지역의 솔루션 테크 리드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웹사이트 크롤링 및 검색은 쉽게 도와주는 Elastic Site Search와 Elasticsearch를 활용한 고급 검색 기능을 쉽게 도와주는 Elastic App Search의 팀 전파에 노력했고, 현재는 엘라스틱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모니터링 도구인 Elastic APM의 팀 내 역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

엘라스틱 제품들


솔루션 테크 리드 역할을 수행하면서 팀 내/외에 더 넓은 영역의 직원들과 협업하는 기회가 생겼으며, 회사 비전이나 방향성에 대한 이해가 한층 두터워졌다. 여기서 느낀 흥미로웠던 것은, 별로 연관 없어 보이던 예전 직장 경험에서 얻은 것들을 내가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고, 반응이 꽤 좋았던 것이다. 가령, 전 직장에서 애자일 전파를 하면서 사용했던 퍼실리테이팅(facilitating) 기법들이라던지, SI 프로젝트 수행 시 프로젝트 개발자 교육을 위해 문서를 작성하고 전파하면서 얻은 노하우들, 개인적으로 집필하면서 고민했던 배움의 흐름에 대한 고민 등이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내가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과 함께 그 당시 나를 힘들게 하고 심지어 억지로 했던 일들도, 언젠가는 자의로 해당 일에서 배운 것들을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익숙해진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

홈 오피스에서 근무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업무 공간은 계속 바뀌고 있다. 둘째 녀석에게 방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서재로 쓰던 방의 책상과 가끔 치던 전자 드럼을 베란다로 옮겼었다. 추워지기 전까지는 훌륭한 작업 공간이었다. 바로 등 뒤에 소나무와 정원이 펼쳐지니 내가 지금까지 일했던 공간 중에 최고이지 않았을까. 지금은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거실로 장소를 옮겼다. 

'19년 가을 홈 오피스


초기에는 가족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다소 불편했지만, 지금은 적응이 되었다. 오히려, 일과 육아를 같이 할 수 있어 좋다. 학교 등하교나 학원 등하원도 일상이 되었고, 아이들 숙제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챙기고 있다. 특히 올해는 셋째가 태어나는 경사가 생겼다!! 첫째와 둘째 때는 힘든 직장 생활 덕분에 녀석들이 크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항상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출근했고, 밤늦게 퇴근하면 이미 자고 있었으며, 해외 출장도 잦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항상, 내가 주변에 있을 수가 있고, 최대한 육아에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예전만큼 장시간 동안 일에 집중하기는 어려워졌지만, 해야 할 일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훨씬 유연하게 잘 대응할 수 있어 좋다. 심지어 회사에서 출산 후 16주 육아 휴직을 제공한다!! 출산 직후 나는 당분간 가족과 개인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훌륭한 문화다. 

이게 가능해진다


해외 출장

돌이켜보면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해외 출장을 자주 간 편이다. 회사를 옮기면서 해외 출장의 목적도 굉장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해외 현장 시스템 오픈 지원, 현장 개발자 교육 혹은 트러블슈팅, 선진사 벤치마킹, 컨퍼런스 등이었다면, 지금은 동료들과 유대관계를 쌓고 협업을 하기 위해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월에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검색 솔루션 개발팀을 방문하여 2주 동안 팀 전파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였고, 개발팀과도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9월에는 샌디에고에서 열린 서포트 서밋에 참석하여, 서포트 팀 전원과 함께 1주 동안 다양한 활동들을 수행했다. 특히, 처음으로 테크 리드로서 세션을 진행했고, 팀원들이 현재 겪고 있는 pain point를 정의하고, 해결 방안까지 수립을 할 수 있었다. 출장 복귀 후 바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영역에 집중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11월에는 토론토에서 엘라스틱 전체 엔지니어들이 모이는 엔지니어 올 핸즈(EAH)에 팀을 대표하여 참석하였고, 개발팀과 다양한 협의를 하였다. 특히, APM 개발팀과의 미팅은 서포트 서밋 이후부터 내가 직접 리딩하여 진행하였고, 좋은 성과를 얻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엘라스틱에서 간 출장 중에 가장 큰 성과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리딩했던 세션에 참여하고 있는 팀 동료들


집필 및 대외 활동

파이썬 프로그래밍 (개정판) 출판

2015년에 집필했던 파이썬 프로그래밍(혜지원)의 출판사에서 4쇄를 추가로 찍자는 제안이 왔다. 이 책 이후로도 파이썬 책을 쓰고 번역했지만, 여전히 입문 수준에서 실무 맛보기까지 다루는 초급서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파이썬 버전을 올리고 내용을 조금 더 추가해서 개정판을 내자고 제안했다. 이 책은 책의 표지를 초록색에서 붉은 계열로 바꾸고, 몇 가지 내용을 추가하여 2019년에 출간되었다. (초록색 책은 절판시켰다) 초급서이지만, 파이썬 기초 문법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도구 및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실무 기법(디버깅, 테스트 코드 작성, 예외 처리, 로깅, 객체 지향 개념,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 맛보기, 웹 프로그래밍 맛보기, 데이터 분석 맛보기 등)들을 다루는 책은 시중에 찾기 힘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IT 업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를 만난 게 다소 아쉽지만, 책의 내용은 충분히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링크 확인하기 바란다. 

 

파이썬 프로그래밍 (혜지원)


파이콘 코리아 2019 발표

작년에는 문화 관련 발표를 했으니, 올해는 기반 기술 관련 발표를 할 차례다 ;)

위 개정판 책 작업을 하면서 전체 내용을 다시 훑어보다 보니, 내가 만든 파이썬 변수 관련된 내용들이 흥미로운 것들이 꽤 보였다. 가령, 파이썬은 동적 언어이다 보니, 변수의 타입을 미리 정의하지 않고 실행 시에 결정이 되는 덕 타이핑(Duck Typing) 언어인데, 변수의 값이 변할 수 없는 immutable 한 타입과 변할 수 있는 mutable 한 타입에 따라서 동작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또한, 변수 유효 범위에 대한 설정도 자바와 같은 언어와 굉장히 다른데, 이런 것들을 모아서 짧게 발표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


발표 계획을 세우던 중 누군가가 어려운 주제를 25분 동안 발표하는 영상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25분이라는 시간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한 번도 이렇게 짧은 발표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주제를 최대한 단순히 잡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만 임팩트 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연습을 몇 번 해봤는데, 25분 안에 들어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 넘기지 않고 무사히 잘 마쳤다. 발표 동영상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이콘 발표 대기 중

발표 이후에 모 출판사에서 명함을 하나 받았다. 출판사 관련자는 발표가 인상 깊었고, 작업을 같이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해당 출판사는 IT에서 잘 알려진 출판사였고, 예전부터 한번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었다. 몇 일뒤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고, 흥미로운 파이썬 중급서 번역을 제안하시면서 샘플 챕터를 하나 보내주셨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챕터의 내용의 절반 정도가 내가 발표한 내용과 거의 일치했다는 것이다. (물론, 출판사 담당자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거기에 조금 더 깊고 다양한 정보가 있었다. 2권의 책을 번역하고 앞으로 번역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중급서는 번역하면서 기술적으로도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아 허락했다. 해당 책은 현재 번역이 진행 중이고, 2020년 하반기 출판을 예상하고 있다. 발표가 번역 제안까지 이어진 좋은 경험을 하였다.


OO 은행 파이썬, 자바 특강 및 집필 4호 탈고

어느 날 파이썬과 자바를 비교했던 2017년 파이콘 발표 동영상을 눈여겨보았던 교육 업체 담당자가 강의 제안을 해왔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은행의 1시간짜리 특강인데, 이번 주제가 프로그래밍 언어라 자바와 파이썬 특강이 가능한지 묻는 문의였다. 은행 본사 직원 대상으로 1시간 동안 무슨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담당자와 여러 차례 통화를 했고, 이 특강이 매주 은행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활동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전 직장에서 관련 업무를 했었고, 금융 쪽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특강을 진행하였다.


내용은 각 프로그래밍 언어의 특징을 쉽게 설명하고, 인터넷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해당 언어의 금융권 적용 사례를 공유했고, 개인적으로 은행 직원에게 제품 오너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강조하였다. 

강연 직전

파이썬 강의가 끝나고 한분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해왔다. 


"파이썬을 제가 배우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은행 직원 입장에서 사용하는 파이썬의 용도는 엑셀과 그리 다르지 않다. 사용하는 문법도 극히 제한되어 있고, 파이썬의 모든 기능을 전부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필요한 문법의 양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하루면 충분히 익힐 수 있습니다만, 업무와 병행한다고 하면, 5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강연장에 흐른 묘한 정적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믿지 못하겠다는 그런 분위기? 인터넷에 있는 강좌들을 봐도, 기본 문법을 익히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마 배워보고 싶기는 한데, 시도조차 해보지 못할 정도로 겁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집필한 파이썬 책은 위에서 언급한 파이썬 프로그래밍(혜지원)과 비전공자 학교 교재로 만든 프로그래밍 입문(한빛 아카데미)이 있다. 그런데, 이 책들로는 짧은 시간에 이 분들에게 필요한 내용만 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판단했다. 그래서, 이 목적에 부합하는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얼마 전에 1차 탈고를 마쳤다.


이 책은 곧 출간이 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용도로 활용이 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CSD(Certified Scrum Developer) 확보

정말 오랜만에 자격증을 하나 확보했다. Scrum Allience에서 제공하는 CSD(Certified Scrum Developer)다. 이 과정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렸고, 몇 안 되는 CSD 강사님이 미국에서 오셨다. 이 자격증은 CSD 교육 3일 과정과 CSM(Certified Scrum Master) 혹은 CSPO(Certified Scrum ProductOwner) 2일 과정을 수료해야 확보할 수 있다. 나는 CSM과 CSPO는 확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3일 과정을 거치고 나서 CSD를 딸 수 있었다.


CSD 교육 커리큘럼은 굉장히 넓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해야 할 모든 것들을 다 넣은 것 같다. 가령, TDD, BDD, Refactoring, CI/CD, 페어 프로그래밍 등 켄트 백 아저씨의 XP(eXtreme Programming)에서 다루는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3일 동안 어떻게 익힐 수 있는지 궁금했다. 회사 업무와는 무관한 교육이라 자비를 털어서 이 교육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어떻게 이 내용을 수강생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국제 공인 자격을 부여할 수 있을까. 


강사 Rob 은 수십 년간 필드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경험이 있었고, CSD 강의뿐만이 아니라, CSD를 강의하는 강사 양성을 하기도 하는 베테랑이었다. 3일 동안 꾸준히 페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강의를 진행했고, 개념 설명보다는 짝과 함께 앉아 고민하면서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려운 개념들을 익힐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나도 경험을 더 쌓고 정리가 되면, 이런 강의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노력해야겠다.

 강사 Rob과 나


마무리

쓰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길어졌다. 더 쓰고 싶은 내용들(밴드 공연, 내가 만든 나무 계단과 평상, 가드닝 등)이 있었지만, 페북에 그때그때 포스팅한 걸로 생략하겠다.

12월 밴드 헤이미쉬 공연 중


2019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출산이라는 (정말) 큰일이 있었고, 회사에서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으며, 꾸준히 대외 활동을 하면서 원하는 자격증도 취득했다. 아이 낳느라고 별거 안 한 거 같은데, 돌이켜보니 올 한 해도 꽉 차게 보낸 것 같다.


마지막으로, 2020년에는 우리 가족에게 큰 변화가 생길 예정이다.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회고는 다른 나라에서 작성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가족 모두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잘 적응하고,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럼 또 달려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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