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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Oct 27. 2024

하츄핑, 반짝핑 어떤 티니핑보다 자랑스러운 내 휘핑!

카페 마케터가 되면 꼭 겪어야 할 OJT 



출처: Unsplash



인사를 하자마자 커피를 만들러 갑니다.


“오 사원님 여기가 오 사원님 자리입니다.”


밤새 잠을 설치고, 첫 출근한 날 은색 안경테의 팀장님은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쭈뼛쭈뼛 옆에 계신 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옆자리 분은 엄청 상냥해 보이는 갈색 파마머리의 여자 대리님이셨다. ‘아 저분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군.’ 사근사근해 보이는 인상에 마음이 놓였다. 자리에 앉아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컴퓨터 세팅을 마쳤다. 세팅을 마치고 이제 좀 내 자리도 온기로 뜨끈해지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


“따르릉”

“뿅커피 오지은입니다!”


 내 입에서 이 브랜드 이름을 외치는 게 자뭇 낯설었다. 그리고 반가운 감정도 들었다.(하지만 그 감정도 무색하게, 이제부터는 전화 지옥에 시달리며 뿅커피라는 이름을 지긋지긋하게 내뱉게 된다.) 


“안녕하세요 지은님, 인사팀 김대리입니다. 출근은 잘하셨어요? 

신입 사원 안내를 드릴 텐데 4층 인사팀으로 방문해 주시겠어요?”


오! 인사팀 방문 튜토리얼이다. 전화와 메일로 연봉이나 복지등의 내용을 주고받던 인사팀 대리님을 실제로 만나니 신기했다. 게임 속 NPC를 만나는 느낌으로 인사팀을 방문했다. 인사팀 대리님은 친절하게 회사의 인재상, 회사의 올해 비전, 그룹웨어 사용방법 등을 안내해 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지은님 내일부터 OJT*하러 옆 건물로 출근하실 거예요.”


잉? 지금 제 자리도 아직 익숙지 않은데 OJT를 가라고요? 싶었지만.. 그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아마 즐거우실 거예요. 아! 단거 엄청 드실 테니 오늘은 조금만 드시고요.” 


*OJT: on-the-job training의 줄임말로 직장 내 훈련



출처: Unsplash



마케터인데 왜 커피를 만들어야 하냐고요? 


“안녕하세요. 자 우선 커피의 이해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앞치마에 배지들을 주렁주렁 단 교육팀 매니저님은 나와 신규 입사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생글생글 웃으시는 모습이 천사 같았다.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OJT실에 앉아 천사 매니저님의 설명을 들었다. 


*현재는 경력직 카페 마케터가 된 오멘토의 거들기.


 모든 회사들이 다 각기의 교육 시스템이 있다. 그리고 브랜드마다 일정과 내용은 하겠지만 커피회사는 커피와, 카페, 우리 브랜드를 이해시켜주는 교육을 한다. 어떤 곳은 반나절 안에 OJT가 끝난다. 다른 브랜드의 경우 이론과 실습으로 교육을 받은 후, 직영점 카페에서 일정 기간 일을 하기도 한다. OJT내용으로는 대부분 커피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이론, 그리고 커피 음료와 제조 음료를 만들어 보는 실습을 주로 한다. 연차가 높으신 임직원의 경우 이 실습을 건너뛰는 경우도 있지만, OJT를 해보는 것은 커피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하는데 꽤 중요하다.


 카페 마케터의 경우 제품 설명을 쓰는 일이 많은데, OJT를 통해 커피와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제조 음료 등을 만들면서 현장의 고충을 이해하고 제조법에서 어떤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좋을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특히 메뉴기획을 하는 ‘상품기획자’의 경우 더 큰 도움이 된다. 포스 사용법,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히기도 한다. 이는 이를 모른 채 단순히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것보다 큰 도움이 된다. 고객 접점과,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업무를 하고, 음료를 만나게 될지 생각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카페 마케터들은 OJT나 현장 실습을 꼭 받고, 현장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게 오멘토의 의견이다.



 자 그때 당시 오사원,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똘똘한 눈으로 하얀 셔츠에 바리스타 앞치마를 입고 앉았다. 커피의 발견은 이렇다. 다 쓰면 더 구구절절하겠지만, 칼디 이론이다.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목동이 커피체리를 먹고 춤추는 염소를 보면서 쟤는 왜 저렇게 날뛰는지 궁금해하다가 커피 원두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춤추는 염소.. 음 그래 우리도 커피를 먹고 춤을 추.. 아니 업무를 하지.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기에, 염소도 각성이 된 게 공감이 갔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커피는 원래 초록생 콩인데 로스팅과정을 통해 우리가 보는 갈색으로 변한다고 했다, 생두가 원두로 바뀌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이런 이론적 이야기를 들으며, 한층 커피회사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엔젤 매니저님은 약 한시간여의 이론 수업을 하신 후, 갑자기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자 다음시간은 실습이에요. 역시 이론보다는 실습이 재밌죠. 커피 만들러 갑시다.”


출처: 사랑의 하츄핑 공식 포스터, 할리스 홈페이지



휘핑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오늘 만들 음료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 바닐라라테, 그리고 신메뉴 베리베리 개 좋아 스트로베리입니다.”


잉? 제가 이걸 다 만든다고요? 먹을 줄만 알았지 커피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오사원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주문이었다. 마치 10명의 단체 손님이 와서 카페에서 한 번에 주문을 한 듯한 당혹감이 밀려왔다.


“다들 단거 많이 드실 거라는 이야기 들었죠. 한 입씩만 먹어도 많이 드실 거예요! 호호. 그리고 무엇보다 시험도 있습니다!”


시.험

대학교 졸업하고 정말 오래간만에 듣는 단어였다. 회사생활을 하며 매일 시험에 드는 순간은 있었지만은.. 회사에 와서까지 정말 “시험”이라는 단어를 들을 줄이야! 시험이라는 한 마디에 PTSD가 오려고 하는 그 순간 친절하게 웃고 계시던 교육팀 매니저님은 계속해서 그 나이스한 미소를 유지하면서 한 마디 더 덧붙이셨다. 이제 그녀는 천사가 아니라 맑눈광 처럼 보였다.


“시험 못 보면 퇴근도 없어요.”


 음료 제조는 정말 헬이었다. 우선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방법은 이랬다. 분쇄된 원두를 포터필터에 받고, 에스프레소 머신에 장착한다. 이후 샷 2잔의 버튼을 눌러 샷잔에 양쪽으로 원두를 추출한다. 이때 나오는 샷이 우리가 아는 에스프레소이다. 여기에 따뜻한 물이나, 차가운 물을 부어주면 ‘아메리카노’가 된다. 먹을 때는 세상 쉬운 것 같았지만 머신에 포터필터를 끼우는 것부터가 아주 쉽지가 않다. 잘 끼워서 맞춰지면 손에 착 붙는 느낌이 나는데, 그게 기분이 아주 좋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이제 휘핑크림이 올라간 음료를 만드는 때였다. 휘핑크림을 짜는데 온 정신이 손 끝에 가있는 것 같았다. 휘핑크림 짜는 법은 이렇다. 휘핑크림 기계를 음료 위에 대고, 휘핑을 짠다. 음료를 만들 때 팔을 잘 돌려 음료 위에 보기 좋은 모양으로 올려야 했다. 음료를 먹을 때는 콘 아이스크림처럼 예쁜 모양으로만 짜졌는데, 막상 해보니 한쪽에 크림이 많이 올라가는 등 엉망진창이었다.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맑눈광 매니저가 옆으로 다가왔다.


“오사원 님 휘핑 걷어 드릴게요 다시 짜보세요.”


그녀는 백조같이 우아한 손동작으로 내가 짠 엉망진창 휘핑크림을 스푼으로 떠 싱크대에 버렸다. 아 왜요!! 모양은 안 예뻐도 맛은 있다고요! 눈으로 욕하는 오사원에게 맑눈광 매니저님은 웃음으로 일관하며 말했다.


“오사원 님, 이대로는 고객한테 못. 나. 가. 요.”


 얄미웠지만, 납득이 가는 말이었다. 나 같아도 이런 엉망진창 휘핑 음료를 받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그 후 휘핑크림을 약 10번짠 후에나 그럴듯한 모습으로 만들 수 있었다. 예쁘게 짠 휘핑을 보니 여간 대견한 게 아니었다. 내 새끼, 아니 내 휘핑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아 인스타에 올렸다. 이건 어떤 하츄핑, 반짝핑 티니핑보다 자랑스러운 내 휘핑이야! 


출처: Unsplash


교육팀은 빨간 맛을 좋아해.


“여러분 우리 김치찌개 먹으러 가시죠.”


휘핑크림이 들어간 음료를 3잔씩 맛보던 내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식사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천사 매니저님이 이런 말을 했다.


“저희는 이렇게 김치찌개나,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요. 평소에 단걸 많이 먹으니까, 너무 물려서 매운 걸로 중화해요.”


  정말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래서 위가 안 좋아진다고 했다. 매운 것과 단 것을 반복해서 먹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도 그간 먹었던 김치찌개 중에 가장 맛있게 김치찌개를 먹었다. 정말 온몸이 개운해지는 매운맛이었다. 그리고 오후에도 지옥의 OJT를 계속했다.


 퇴근 전, 정말 시험을 봤다. 시간 내에 카페라테, 아메리카노, 그리고 신메뉴 등을 만드는 시험이었다. 몇 잔의 음료를 만드는데도 이렇게 떨리는데 정말 현장은 이것보다 더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시간 내에 음료를 만들어 서빙할 수 있었다.


 끝나고 집에 오니 다리도 어깨도 아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루종일 서서 음료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장 직원들의 고충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배달의민족을 켜서 불족발을 시켰다. 교육팀 매니저, 알앤디팀 매니저들이 왜 매운 걸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첫 출근과 OJT 기간, 약 일 년 치의 당분과 카페인을 몰아서 섭취했다. 하지만 나도 이제 카페의 대부분의 음료를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잠이 오질 않았다. 커피 회사로 출근 한지 약 일주일, 정말 달콤 씁쓸한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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