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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뚝딱 Mar 16. 2023

영화를 사랑하는 한국

영국과 한국의 극장문화차이


영국인들은 우리나라만큼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한국인들은 친구 혹은 애인과 만나면 '영화 보고 밥 먹고 카페'를 갈 정도로 영화관을 자주 찾지만, 영국의 영화관은 항상 텅텅 비어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첫 주에 자리가 없어서 못 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어벤저스 엔드게임도, 영국에서는 바로 전 날 원하는 좌석을 예매해 편하게 관람할 정도였다.  

두 나라의 영화관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 문화적 환경적 영향이 크다고 본다. 영국에선 전시와 공연이 끊임없고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길 공원이 여기저기 있어 상대적으로 할 거리가 많은데 반해, 한국은 밖에서 사람을 만나면 영화관에 가는 것 외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사실 나 또한, 한국에서는 그렇게 자주 찾던 영화관을 영국에선 1년 동안 영화관에 간 횟수가 다섯 손가락에 안에 꼽을 정도로 가지 않았다. 친구와 만나면 서로의 집에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며 대화를 하고, 굳이 영화관을 찾아가진 않았다. 이 때문에 아무리 인기가 좋은 영화라도 영국에선 극장 중앙에 앉기 위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고 영화 상영시간시간에 맞춰 티켓을 사도 충분하다. 


영화 보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리나라답게 영화관 편의시설은 한국이 최고다. 영국에 비해 한국의 영화관들은 굉장히 청결하고 스크린도 크고 관리가 잘 되어있다. 또한 영화관이 대부분 쇼핑몰 안에 위치해 있어 '영화 보고 밥 먹고 카페 가는' 것이 쉽다. 어플 또한 편리해서 상영시간 15분 전까진 자유롭게 예매/취소가 가능하고 요샌 음료까지 스마트폰으로 미리 주문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영국은 스크린이 매우 작았고 영화관도 관리가 잘 안 되어 좌석들이 대부분 많이 더러웠다. 영화 티켓가격은 시내 중심가로 갈수록 비싸져서, 한국처럼 친구를 만나 번화가에서 영화를 보고 편의시설을 즐기는 것이 좀 부담스럽다. 어플은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로만 적합하고 자유롭게 예매와 취소를 하기는 어려우며, 영화관에 따라 좌석지정이 안 되는 곳도 많다. 영국에서 처음 영화관 어플로 예매를 하고 취소하려 할 때, 티켓취소가 안되어 전화를 걸어 환불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여유롭게 볼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VUE Islington 내부



그럼에도 영국 영화관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약자와 소수인권을 중요시하는 유럽국가답게 가끔 청각장애인을 배려해서 영어자막이 있는 영화를 상영해 준다. 여기 살면서 항상 느끼는 건데, 소수자나 약자를 일상 속에서 정말 많이 배려해 준다. 한국에서 살 땐 전혀 생각해 보지도 못 한 부분들을 많이 배우고 가는 기분이다. 그래서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만으로도 인생에 큰 공부라고 하는 듯하다. 또, 학생증만 있으면 나이 상관없이 학생할인을 해준다. 이건 유럽국가들의 미술관 박물관 등 여러 곳에서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 학원에서 공부만 해야 했던 환경이라 문화생활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취미 없이 자라왔고, 이 사람들이 영화관을 많이 찾게 된 것 같다. 10대 시절을 내내 학원, 학교만 전전하다가 관심분야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성인이 되고,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가던 영화관을 똑같이 찾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12년의 교육과정의 끝인 수능을 치고 비로소 내 시간이 생기자 뭘 해야 할지 몰라 지루해했던 기억이 있다. 막상 밖에 나가도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일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걸 그때도 느꼈었다. 

최근 영국남자라는 유튜버가 영국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을 체험하는 영상을 찍어 화제가 되었었는데, 친구들과 참 건강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영상을 보며 아이들의 표정이나 감정표현, 어휘, 운동능력 등이 한국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느껴졌다. 한국이 영화를 사랑하게 된 게 정말 영화감상이 좋아서인지 그것 외엔 여가시간을 즐길 수 없던 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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