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우리 스스로를 지옥으로 몰아붙이는가
좋아하는 블로거의 새글이 올라왔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급 미국으로 떠나셔서 거기서 또 다른 삶을 일구시고는 최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신 듯하다. (아는 사이는 아니므로 글로만 보았을때..) 요약하면, 한국에 돌아와서 느낀 점 중 하나가 내집 마련의 압박이 미국에서보다 훨씬 심하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로 여러가지를 들었지만 가장 강력한 이유는 아무래도 사회적인 압력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살되면 대학가야지, 몇살되면 결혼해야지, 결혼하면 아이 낳아야지 하는데, 그 리스트 중 하나에 내집 마련도 들어가있는 것이겠지. 그 리스트의 숙제들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서로서로에게 비교 대상이 되면서 경쟁에서 밀린 것 같기 때문에, 더 내 집 마련이 절실하게 느껴진다는 뜻 같다. 그러면서 한국에 와서 놀랐다는 줄넘기 학원의 일화도 같이 언급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가서 가장 처음하는 테스트가 줄넘기인데, 그 테스트를 잘하기 위해 미리 줄넘기를 학원에 가서 배운다..라는 이야기. 우리가 나이 40에 느끼는 내집 마련의 압박과 아이들이 초등학교 가기전 가는 줄넘기 학원이 결국에는 다 같은 것 아니냐고 말이다.
줄넘기 뿐이랴, 모든 사교육이 그런 식이다. 공교육은 해당 연령에 맞는 수업을 구성해두었는데, 그때 남들보다 잘해야하니까 ‘미리’ 선행을 하고 남들보다 잘할수 있도록 해두는 것이다. 12월 말에 태어나 제 학년 수업도 거의 선행이나 다름없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느끼는 것인데, 결국 공교육의 진도는 그래도 많은 학자들이 고심해서 만들어둔 것이고, 평균적인 1~12월 생의 수준을 감안하여 만들어 둔 ‘제 때’에 맞는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리 해 봤자, 특히 우리 아이에게는 소용이 없이 아이만 지치게 할 뿐이었다.
하나있는 아이를 키우며, 여러 사교육 관련하여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해보았는데, 결국 돈만 날리게 되는 달콤한 속삭임일 뿐이었다. 6~7세 이전의 아이에게는 그 어떤 두뇌발달을 위한 사교육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결국 다 제 나이가 되면 저절로 습득하게 될 일을 한두살 전부터 하네 못하네 하며 아이는 아이대로 고생, 부모는 부모대로 돈만 날리는 시스템인 것이다. 피아노는 또 어떠랴, 7세부터 1년이나 배웠는데, 손도 작고 건반을 치는 힘도 부족하여 결국 제대로 치지도 못하고 8세가 되었는데 8세가 되니 신기하게 손에 힘도 생기고 손가락도 조금 더 길어졌는지 저절로 조금 더 나아졌다. 내 1년간의 학원비가 그렇게 날아갔구나 생각하니 슬프다. 아이에게도 미안하다. 그 시간에 친구들이랑 더 놀려주기나 할 것을… 수학도 마찬가지다. 옆집 아이는 두자리 곱셈을 한다는데, 친구들은 다 사고력 수학 다닌다는데, 하며 어리고 느린 아이를 수학학원에 보내보았더니, 수학은 수학대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아직 미숙한 아이를 학원에 보내두었더니 상가 화장실에 문이 안열려서 갇히는 바람에 화장실 트라우마만 생겼다.
이런 경험을 통해 넘어지고 부딪히며 배우다보니 궁금해졌다. 그냥 모두가 공교육의 시점에 맞추어 배우면 모두가 과도한 사교육비를 쓰지 않고 아이도 더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텐데 왜 우리는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우리끼리 경쟁에서 이기려고 아득바득 선행 시키고,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것일까. 한국인만 그러는 걸까? 우리는 왜 우리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팍팍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걸까…그리고 나는 이제 아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아니면 공교육에 맞춘 타이밍으로 교육시키고 싶은데, 그럼 나는 앞으로 뒤쳐지게 되는걸까…? 지금이야 휴직중이어서 학원에 안가도 내가 무언가 해줄 여력이 있지만, 회사에 돌아간 후에는 사교육 없이 내 철학대로 아이를 키울 수나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많은 하루이다.